강원[논평]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 인간으로서 부끄럽다

강원녹색당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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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허가, 인간으로서 부끄럽다


생태계 교란종 인간에 부쳐

환경부의 책무가 무엇인가


10월 13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최종 결재하였다. 지난 2월 조건부 허가한지 8개월 만의 일이며, 지난 25일 양양군의 허가 신청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0일 만의 일이다. 설악산을 보호하기 위한 40여 년의 노력을 10일 만에 검토할 수 없다. 정권에 휘둘린 결정인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지리산 등 다른 삭도 설치 사업의 빗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설악산의 규제가 풀리자마자 ‘거기는 되는데 여기는 왜 안 되냐’며 다른 지역에서도 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참담한 일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설악산 정상부 끝청과 그 아래쪽은 1급 멸종위기종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다. 생물다양성법에 따르면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가 크다고 보아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는 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분류한다. 여기에 균형의 교란을 넘어 다른 종의 절멸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난폭한 종이 있다.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명백한 생태계교란 생물이지만 다른 종처럼 조치되지 않는다. 인간은 필요하면 다른 종을 이용해도 되는 존재, 여타 비인간동물들과는 다른 우월한 존재라는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인식은 상당히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그깟 산양이 뭐가 중요하냐고, 파리와 모기는 잘만 잡으면서 산양은 왜 안 되냐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종을 절멸할 힘을 갖게 되면서 그 종의 가치를 유용성의 잣대로 판단하게 되었다. 이는 명백한 폭력이다. 특히 계급화, 양극화 등 다른 종을 향한 폭력의 논리가 같은 인간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이윤보다 생명을 선택하는 것 또한 종간의 차원을 넘어 인간에게 적용된다. 동물 복지와 인간 복지가 함께 증진되는 이유이다. 다양한 생물종이 서로 연결된 생태계 속에서 동식물의 생명과 생태적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곧 그 일부인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다.

인간은 결코 다른 종보다 우월하지 않다. 다행히 지구 곳곳에 이런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를 제도적 차원에서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돌고래, 산양과 같은 동물부터 산, 폭포와 같은 자연물까지 법인격을 부여하는 지구법 제정을 통해서이다. 21년 미국에서는 하마를 법적 권리를 가진 이해관계인(Interested Persons)으로 인정하였고, 같은 해 캐나다에서는 최초로 퀘백주의 맥피 강에 법인격을 부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설악산 산양 28명(命)을 소송당사자로 하는 소가 제기되었지만 당사자능력이 없음을 이유로 기각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도 생명을 제도적 차원에서 존중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녹색당에서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지구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은 책임 있는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그 역할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특히 국가기관인 환경부에 있다. 환경부는 인문환경과 자연환경의 관계를 조화롭게 풀어나갈 책무를 지닌 국가기관이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부는 제 역할을 못하고 그저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그 결과, 개발이냐 보존이냐, 이 단순한 프레임에 갇힌 채 생명의 땅 강원을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자들이 활개를 친다. 인간 활동의 범위를 경제 논리로만 바라보는 도 있고, 쇄신을 위한 노력을 정치 논리로만 바라보는 도 있다. 심지어 생명을 정치적 퍼포먼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럽다.

설악산은 시작에 불과하다. 강원특별법 개정으로 천혜의 강원은 개발진영의 칼날 앞에 놓여있다. 비폭력 평화를 외치는 우리의 방패는 연대성이다. 우리는 함께 대응해야 한다. 뜻과 지혜와 힘을 모아 조직하고 행동해야 한다. 무엇 하나 관계없는 것이 없기에 누구 하나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생태적 지혜를 바탕으로 존엄한 생명들과 함께 삶의 터전을 지켜내는 일에, 그리고 제도적 개선을 통해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강원녹색당은 앞장설 것이다.


2023년 10월 19일

강원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