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노동 안전은 공공이 책임져라
- 폭염 속 연이은 노동자 산재 사망에 부쳐
서울 낮 기온이 38도에 달했던 지난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상수도 누수 공사 현장 맨홀 안에서 복구 작업 중이던 배관공이 숨졌다. 그를 구하려 맨홀에 진입했던 동료 노동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인천 계양구 도로 맨홀 안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 2명이 숨진 지 3주 만이다. 23일에는 경기 팽택시에서 맨홀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사망 사고는 맨홀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께 경북 구미와 포항에서는 폭염 속에서 야외 노동을 하던 이주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제 오전에는 경남 의령군에서 고속도로 경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땅을 뚫는 천공기에 끼여 그 자리에서 숨졌고, 오후에는 동해화력발전소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태안화력 김충현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지 한달도 안되어 일어난 발전소 사고라 충격이 더 크다.
폭염 속 연달아 발생한 사망 사고 피해는 하나 같이 하청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에 집중되었다. 김용균 사망 이후 다단계 원하청 구조 속에서 깊게 뿌리내린 ‘위험의 외주화’는 지금도 작동 중인 것이다. 다행히, 어제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노조법 2·3조 개정만으로 하청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 안심할 수는 없다. ‘노조할 권리’가 확대되었다 해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을 뿐, 단체협약을 통한 안전 조치 이행을 강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약 850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 안전 조치의 실질적 실행과 관련한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인천 맨홀 산재 사망 이후 “일터에서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를 했고, 며칠 전에는 SPC를 찾아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 약속했다. 또한 대통령은 오늘 오전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로 생각하고” 산업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 요청하는 등, 노동 안전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반갑다. 동시에 말 만으로 그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당장에 성과를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말’을 넘어 빠른 변화를 가져올 실천의 방법은 있다. 그것은 적어도 공공기관 고용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최근 폭염 속 산재 사망의 대부분이 공공기관이 용역을 준 업체의 노동자들에게서 일어났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 배경에는 많은 공공기관이 안전사고 책임도 용역을 준 민간 업체에 떠넘기는 현실이 있다. 김충현 노동자 사망 이후 원청인 서부발전과 한전KPS도 똑같은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인천환경공단의 최근 조사는 맨홀 작업을 포함한 올해 인천시가 발주한 기술용역의 64.2%에서 민간 업체가 안전사고 책임을 지게 하는 문구가 담겼다는 점을 보여줬다.
공공기관의 용역에서 산재가 일어나도 그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길 수 있는 구조는 안전과 관련된 공공기관의 관리와 감독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든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용역에서 산재의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외부 민간업체에 용역을 주는 방식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업무를 공공기관이 직접 담당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모색되어야 한다.
공공성 강화 없이는 노동 안전도, 노동하는 모두의 존엄한 삶의 보호도 불가능하다. 공공이 먼저 나서 노동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2025년 7월 29일

[논평] 노동 안전은 공공이 책임져라
- 폭염 속 연이은 노동자 산재 사망에 부쳐
서울 낮 기온이 38도에 달했던 지난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상수도 누수 공사 현장 맨홀 안에서 복구 작업 중이던 배관공이 숨졌다. 그를 구하려 맨홀에 진입했던 동료 노동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인천 계양구 도로 맨홀 안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 2명이 숨진 지 3주 만이다. 23일에는 경기 팽택시에서 맨홀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사망 사고는 맨홀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께 경북 구미와 포항에서는 폭염 속에서 야외 노동을 하던 이주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제 오전에는 경남 의령군에서 고속도로 경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땅을 뚫는 천공기에 끼여 그 자리에서 숨졌고, 오후에는 동해화력발전소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태안화력 김충현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지 한달도 안되어 일어난 발전소 사고라 충격이 더 크다.
폭염 속 연달아 발생한 사망 사고 피해는 하나 같이 하청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에 집중되었다. 김용균 사망 이후 다단계 원하청 구조 속에서 깊게 뿌리내린 ‘위험의 외주화’는 지금도 작동 중인 것이다. 다행히, 어제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노조법 2·3조 개정만으로 하청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 안심할 수는 없다. ‘노조할 권리’가 확대되었다 해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을 뿐, 단체협약을 통한 안전 조치 이행을 강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약 850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 안전 조치의 실질적 실행과 관련한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인천 맨홀 산재 사망 이후 “일터에서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를 했고, 며칠 전에는 SPC를 찾아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 약속했다. 또한 대통령은 오늘 오전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로 생각하고” 산업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 요청하는 등, 노동 안전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반갑다. 동시에 말 만으로 그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당장에 성과를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말’을 넘어 빠른 변화를 가져올 실천의 방법은 있다. 그것은 적어도 공공기관 고용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최근 폭염 속 산재 사망의 대부분이 공공기관이 용역을 준 업체의 노동자들에게서 일어났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 배경에는 많은 공공기관이 안전사고 책임도 용역을 준 민간 업체에 떠넘기는 현실이 있다. 김충현 노동자 사망 이후 원청인 서부발전과 한전KPS도 똑같은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인천환경공단의 최근 조사는 맨홀 작업을 포함한 올해 인천시가 발주한 기술용역의 64.2%에서 민간 업체가 안전사고 책임을 지게 하는 문구가 담겼다는 점을 보여줬다.
공공기관의 용역에서 산재가 일어나도 그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길 수 있는 구조는 안전과 관련된 공공기관의 관리와 감독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든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용역에서 산재의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외부 민간업체에 용역을 주는 방식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업무를 공공기관이 직접 담당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모색되어야 한다.
공공성 강화 없이는 노동 안전도, 노동하는 모두의 존엄한 삶의 보호도 불가능하다. 공공이 먼저 나서 노동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2025년 7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