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여성혐오 범죄, 은폐가 아니라 직시해야 한다

22c06133d5c1a.jpg


[공동논평] 여성혐오 범죄, 은폐가 아니라 직시해야 한다

- 광주 광산구 여성 청소년의 때 이른, 참혹한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5월 5일 새벽, 광주 첨단지구에서 소방 구급대원을 꿈꾸던 열여덟 여성 청소년이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고인을 구하려다 흉기에 찔린 또 다른 청소년의 용기는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주었지만, 동시에 목숨을 잃은 여성 청소년의 희생은 뼈아픈 비극으로 남았다. 녹색당, 청소년녹색당, 광주녹색당은 이 비통한 죽음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생을 박탈당해야 했던 참혹한 현실에 분노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가해자의 동기 없는 우발적인 범죄행위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증오와 통제가 살인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페미사이드(Femicide)’다.  가해자가 범행 이틀 전 이미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신고된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 범죄가 예견된 징후 속에 있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국가의 치안 시스템이 젠더 기반 폭력의 신호를 포착하고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처참히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수사당국이 가해자의 ‘살인 충동’이나 ‘개인적 고뇌’와 같은 일방적인 진술에 무게를 두는 것은, 사건의 사회적·구조적 맥락을 흐리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성의 일상은 여전히 폭력과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 청소년이 밤길을 걸을 때 목숨을 걸어야 하고, 또래의 죽음을 목격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살려달라’고 성명문을 써야 하는 이 현실은 명백한 국가의 책임 방기다. 정부당국과 수사기관은 더는 이 비극을 우발적 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젠더폭력의 전조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고,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기준을 수립하라.


우리는 고인이 미처 다 피우지 못한 불꽃을 기억할 것이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싶어 했던 그 숭고한 마음을 이어받아, 다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더불어 정부와 사법당국에도 책임 방기를 중단하고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를 다시금 촉구한다.



2026년 5월 10일

녹색당·청소년녹색당·광주녹색당



녹색당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