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당락보다 중요한 주권자의 참정권, 재선거를 넘어 전면 개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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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당락보다 중요한 주권자의 참정권, 재선거를 넘어 전면 개혁으로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온전한 참정권 보장의 계기로 삼아야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및 투표 중단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초인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초유의 행정 참사다. 이번 사태는 주권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 기관이 얼마나 안일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무너진 선거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악용해 선거제도 자체를 후퇴시키거나, 부정선거와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전체 선거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시도에 반대한다.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의 확산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더욱 온전하게 만드는 개혁이다. 선관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부실 선거관리의 구조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 22곳을 포함한 전국 26개 투표구에서 투표 지연과 중단이 발생하며 수많은 시민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특히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에서는 무려 105분 동안 투표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약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유권자들, 생업을 위해 출근해야 했던 노동자들, 육아와 돌봄의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은 주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결국 투표를 포기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선관위는 일부 투표소의 마감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했으나, 이 사실은 충분히 안내되지 못했다. 더욱이 연장된 시간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이미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방송을 통해 선거 판세를 접한 상태였다. 이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중대한 문제다. 



참정권 침해, ‘일부 무효 재선거’로 바로잡아야


선관위는 이번 사태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거의 결과란 단지 ‘누가 당선되었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선거의 진정한 결과는 주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행사한 의사의 총합이며, 득표수와 득표율 그 자체다. 국가의 과실로 인해 단 한 표라도 투표함에 담기지 못했다면, 비록 당락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선거 결과는 이미 훼손된 것이다.


따라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투표 중단 또는 지연이 발생한 26개 투표구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제 197조에 따른 ‘일부 무효로 인한 재선거’를 신속히 실시해야 한다. 이는 후보 등록을 다시 진행하지 않고 재투표 결과를 기존 득표수와 합산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침해된 유권자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물론 이미 당선인이 확정된 이후 재선거를 실시할 경우 유권자가 결과를 알고 투표하게 되는 절차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국가의 명백한 과실로 침해된 헌법상 참정권을 구제하는 일은 이러한 한계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참정권 침해는 이미 일상이었다


동시에 이번 사태에 대한 분노에만 머문 채, 그동안 가려져 있던 보다 근본적인 참정권 문제들이 다시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 유권자들은 오랫동안 선거 정보 접근권 부족, 점자 공보물 제공 미비, 투표소 접근성 문제, 기표 과정의 불편 등 구조적인 차별을 겪어 왔다. 이번에 비장애인 유권자들이 경험한 참정권 침해는 장애인들에게는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일상이었다.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 유권자들이 겪는 어려움도 여전하다. 본인 확인 과정에서, 외모나 목소리가 주민등록상 성별과 다르다는 이유로 추가 서류를 요구받거나 공개적인 의심과 모욕을 경험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결국 투표 참여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동한다. 


청소년의 참정권 역시 제한적이다. 선거연령이 일부 하향되었음에도 만 18세 미만 청소년은 선거운동, 주민투표, 주민발의 등 다양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교육환경을 결정하는 교육감 선거에조차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은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주체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한계를 보여준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중 실제로 투표권을 가진 인구는 약 5% 수준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영주권(F-5)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난 외국인 주민에게는 지방선거권이 주어지지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권은 원천차단되어 있다. 다국어 선거 공보물이나 정책 정보가 부족하여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투표 행위를 제외한 정당 가입 및 후원, 선거운동 등 모든 정치적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온전한 참정권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뿐만 아니라, 선거 제도 자체로 인해 시민의 선택권이 원천 봉쇄되기도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려 511명에 달하는 ‘무투표 당선’이 나왔다.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유권자는 후보를 평가하거나 선택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 최소한 무투표 당선의 경우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찬반투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무투표 당선을 양산하는 거대 양당 독점의 정치 구조와 낡은 선거제도 역시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또한 투표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표가 사표로 처리되어 의석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 유권자의 표심이 보다 정확하게 의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녹색당은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 행정으로 인해 참정권을 침해당한 모든 유권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모든 정당과 후보자들이 정파적 유불리를 넘어, 주권자들의 잃어버린 표를 되찾기 위한 공동의 법적・정치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은 선거관리의 문제만이 아니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것을 넘어, 장애인・성소수자・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온전한 참정권이 보장되는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 참사를 계기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에 녹색당이 앞장설 것이다.


2026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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