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재난의 도래, 제주 제2공항을 멈추어라


[논평] 재난의 도래, 제주 제2공항을 멈추어라

-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발표를 앞두고


기후재난이 성큼 현실이 된 지금, 화산섬 제주의 지하수는 고갈되어가고, 해수면 상승으로 기저 지하수층의 염수화가 가속되어 섬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절대보존지역, 하천, 오름, 곶자왈을 가리지 않고, 마을을 밀고, 숨골을 막는다. 사람과 공동체 그리고 자연을 가꾸는 일들은 그것을 파괴하고 해체하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제주도민들의 삶은 자본의 자유를 지키는 정책에 밀려난 지 오래되었다. 


국가는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라는 체제를 강화시키며 제주 개발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JDC를 설치해 식민지의 경로를 열었다. 거기다 과거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추진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스스로 선출한 권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거나 많은 경우 제주지역정치가 개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추진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지역의 토건·토호정치는 이 경로에 협력하며 도민을 상대로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2021년 2월에 있었던 제주 제2공항에 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는 제2공항 건설에 반대 입장이 우세하게 나왔다.  제주 제2공항은 활주로 건설의 문제를 넘어서 재난사회를 구성하는 개발주의에 대한 질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7월 중 나올 것이라는 예고가 나왔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협의가 마무리되면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중에 기본계획을 고시한다고 한다. 2016년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에 4조 7800억이었던 사업비가 2023년 기본계획에서는 6조 8900억원으로, 당초보다 44%나 증액되었다. 예비타당성보다 15% 이상 증액되면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지가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실 증액률은 15%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타당성 재조사를 제외시켰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하여 한국환경연구원을 비롯한 환경전문기관들은 항공기-조류충돌 위험 예방과 조류서식지 보호문제, 빗물을 지하로 함양시키는 통로가 되는 숨골을 막을 경우 발생하게 될 재해와, 법정보호종 등의 보전방안 미흡 등을 들어 제2공항 계획부지가 환경적으로 부적합하다고 결론 냈다. 이에 따라 2021년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 내용이 개선되지도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지적된 환경 쟁점들을 해소하라는 조건부였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전문기관들이 주문한 환경피해 대책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해결할 방법도 없다. 이미 2019년부터 세 차례나 보완을 거쳤음에도 구조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두고 무책임하게 계획을 고시하려는 것이다.


또한 제주 제2공항는 파괴된 민주주의 위에 건설되고 있다.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의 일방 강행은 도민여론조사 수렴의 정치적 약속을 어긴 채 이루어진 것이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에 국토부, 제주도의회, 제주도정, 3자가 합의한 제2공항 여론조사에서 반대로 결론이 났음에도 제2공항 찬성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공공과 시민사회가 함께 합의해서 만든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정치적 만용을 부리며 공항을 밀어붙이더니, 도지사 임기도 다 끝내지 않은 채 정치인의 꿈을 위해 육지로 가서는 국토부 장관이 되어 제2공항의 절차를 밀어부쳤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2공항에 대해서는 ‘도민이익과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자기결정권 확보’는 오영훈 도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으며, 2023년 신년사에서도 도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원칙, 즉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통한 최종 결정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놓고 막상 때가 오자 최소한의 주민투표조차 국토부에 요청하지 않았고, 이번 고시 예고 국면에서조차 여전히 ’차분하게‘라는 탈정치적 태도로 응하고 있다. 제주도는 사실상 대형 국책사업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빼앗긴 것과 다르지 않은 상태다. 


인천과 제주, 김해, 김포공항, 단 4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은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10여개의 공항이 새로 건설 될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이 비용을 메우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누가, 어떻게 감당하는가. 이 공항들 모두 선거철 공약으로 시작해 지역을 파괴하며 건설되었고, 여기에 빨대 꽂고 꿀 빨은 토건 자본의 배만 불려놓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심 수십 미터 거센 바다를 메우기 위해 낙동강하구 일대 섬과 산머리를 모두 깍겠다는 토건족들의 상상력과 마주하는 가덕도 공항의 시대이고, 해양과 육상을 잇는 생명의 근원지이자 지구의 순환 항상성을 지켜오던 갯벌을 매립해 제국주의 미군 공항으로 내어주는 새만금 신공항의 시대이며, 화산섬 제주의 물 존재 방식을 외면하고 거대한 불투수층을 만들어 삶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제2공항의 시대다.

 

기후재난의 시대에 소수 개발주의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며  약탈자본에 협조해온 국가와, 구조적 무능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지역정치 모두 제주 제2공항이라는 재난을 구성하는 진짜 원인이다.이제 전국의 신공항을 비롯한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는 단지 공항 건설의 여부가 아닌 정의의 문제이며, 해당 지역 거주민의 문제를 넘어선 모두의 책무를 필요로 한다. 기후재앙 앞당기며 지역을 식민화하는 성장주의는 제2공항 건설 계획과 함께 영원히 퇴출되어야 한다.


2024년 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