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 쟁의는 재난이 아니다


[논평] 쟁의는 재난이 아니다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에 부쳐


지난 17일,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사회재난으로 분류하겠다는 부칙이 포함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경악스러운 초유의 반노동적 개악이다. 쟁의는 재난일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


이번 개악은 같은 시행령 속 조항 간에도 내용이 상충된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제44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난’의 정의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장에 따른 쟁의행위로 인한 국가핵심기반의 일시 정지는 제외한다"고 설명한다. 쟁의로 인한 마비는 재난으로 선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항과 부칙이 상반되는 이번 개악은 윤석열 정부 특유의 ‘날림 시행령’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해당 부칙은 헌법상의 노동 3권과도 상충한다. 헌법에서 쟁의행위의 근거가 되는 ‘단체행동권’은 권리 행사 자체가 회사에 미칠 수 있는 불이익을 전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유보(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는 방식) 조항조차 없다. 헌법만으로도 효력을 발휘할 만큼 노동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조항이기 때문이다. 이를 지금까지 수많은 판례가 뒷받침한다. 


그러나 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못하다. 한국은 단체행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UN 사회권위원회나 국제노동기구로부터 수차례 개선 권고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노조법 2, 3조를 통한 파업 무력화 시도로도 모자라, 이제 쟁의를 재난으로까지 취급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정부의 노동조합 활동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특히 개정안 중 쟁의로 인한 “에너지의 공급체계와 관련된 시설”의 마비를 재난으로 규정하는 부분에 주목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에 따라 수많은 발전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얼마전 있었던 HPS 노동자 파업은 법으로 보장된 단체행동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재난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단행한 개정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가로막아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마저 뿌리쳐버리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발전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직격하는 이번 개정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재난을 불러오는 것은 노동자의 단체행동이 아니라 정부의 무책임과 탄압이다. 반헌법적인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짓밟는 악법을, 그것도 제헌절에 발표하는 정부다. 노동 3권의 행사를 재난이라 말하는 국가에서는, 노동존중도 재난안전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노동 3권을 온전히 실현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낼 그 날을 위해, 녹색당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2024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