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논평]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 기록적 폭염과 열대야의 여름을 보내며


8월말, 아직 햇살은 뜨겁고 날은 덥지만, 시나브로 가을 기운이 깃들고 있다. 기록적 폭염과 열대야로 평년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낸 후라 이 변화가 더 반갑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다행스러워 할 수만은 없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8월 25일, 34일 동안 계속된 서울의 열대야는 막이 내렸지만 제주도에선 44일째 열대야가 계속되는 등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작년에 2436명이 열사병이나 열탈진과 같은 온열질환을 겪었는데, 이는 그 전 해인 2022년 온열질환자 수의 2배였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8월 24일까지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3133명으로 이미 작년의 기록을 크게 넘어섰다. 내년 온열질환은 또 얼마나 증가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올 여름 3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폭염과 밤잠을 설치게 만든 열대야를 통해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정부는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죽어가고 시민들이 열대야에 시달리는 와중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뜬금없이 전국 각지에 14개의 ‘기후대응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고 수몰 예상 지역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고만 있다. 우리는 이런 정부의 책임 방기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무대응, 무책임은 일관적이었다. 정부는 작년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통해 전 정부가 14.5%로 이미 너무 낮게 책정해 비판 받았던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1.4%로 더 낮췄다. 지난 5월말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마치 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처럼 전력 수요 전망을 책정하면서 핵발전소를 포함한 신규 발전 설비를 대폭 늘릴 계획으로 채워졌다. 모두가 민간 기업의 이윤 축적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함인데,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도 시민들의 안전과 복리 확보도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발전소 건설을 위한 경쟁적 입찰시장 계획을 추가하여 에너지 민영화 의도를 더욱 노골화했다. 실제 산자부는 지난 8월 8일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을 발표해 시장경쟁 원칙에 입각해 풍력발전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풍력발전의 90% 이상이 이미 민간 기업에 의해 장악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민영화와 시장화를 완성하고자 하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로드맵은 ‘공공주도’를 포함하고 있지만, 시장경쟁 원칙에 종속된 발전공기업의 공공성은 지금보다 저하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순간에 폭염과 열대야를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직 지구 위 생명의 지속가능성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그 길은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에서 벗어나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지키는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공익적 과제를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에 떠맡기는 방식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의 여름을 겪으면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이 점, 즉 애초 기후위기를 가져오고 지금도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는 파괴적 사회경제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으로 곧 개최될 907 기후정의행진의 취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녹색당은 기후위기 시대 한국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2024년 8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