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다수가 청소년, 기본에서부터 시작하자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범죄 가해자의 상당수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혐의로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2021년 65.4%, 2022년 61.2%, 2023년 75.8%가 10대 청소년이었다. 디지털 성범죄가 일상에 급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청소년 관련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AI(인공지능) 기술 접근성이 높고, 모바일 친화적인 세대적 특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피해자 또한 또래 청소년이 대부분인 만큼, 단호한 대응과 처벌로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엄중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근본적 대책은 내실 있는 성평등 교육을 통한 성인지 감수성 강화이다.
지자체별 학생인권조례가 보수개신교 세력의 반대로 폐지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교원,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성별,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인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학교 공동체의 성평등 인식을 높이고 인권 의식을 향상하는 데 필수적인 학생인권조례는 폐지가 아니라 확대, 강화돼야 한다.
보수개신교 세력은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있는 성평등·성교육 도서도 폐기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실제 많은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를 폐기하거나 열람을 제한하는 등 ‘검열’이 확산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양질의 성교육 도서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기본권이다. 성적 정보를 터부시하고 감추는 것은 왜곡된 성인식만 강화할 뿐이다.
성의 인지, 정서, 신체, 사회적 측면 등을 모두 망라하는 ‘포괄적 성교육’이 초중고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으로 자신의 신체에 대해 알고 타인의 신체를 존중할 수 있는 관점과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성을 주체이자 권리의 영역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상대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스마트폰 등으로 이른 시기에 성적 콘텐츠에 노출된다. 여성을 도구화하는 삐뚤어진 성인식이 청소년 사이에 만연하다.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성평등 인식을 내면화하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책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시급하다. 초중고교까지 침투한 딥페이크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 성평등 교육 실패의 결과이다.
학생인권조례와 성평등·성교육 도서 및 포괄적 성교육은 이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4년 전, 이용자의 상당수가 10대였던 ‘n번방’ 사건 이후 우리는 무엇이 얼마나 변화했나. 4년 후 더 끔찍한 실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성교육에 대한 낡고 음습한 편견을 깨고 성평등한 공교육으로 개혁할 때이다.
2024년 9월 3일
[논평]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다수가 청소년, 기본에서부터 시작하자
2024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