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트랜스젠더는 우리 곁에 있다. 세상을 더욱 퀴어하게!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기념하며

녹색당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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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는 우리 곁에 있다. 세상을 더욱 퀴어하게!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기념하며


오늘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이 날을 ‘가시화의 날' 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여전히 이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성소수자의 삶은 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존재는 늘 어느 곳에나 있음에도 성별이분법과 혐오는 성소수자의 삶을 늘 배제하며 위협한다. 그러한 세상 속에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은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가 ‘당신 곁에 있음’을 알리는 날이다. 


지난 2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트랜스젠더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을 했다. 국무총리, 보건복지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통계청장에게 중앙행정기관 등이 수행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현황을 파악할 지침과 조사항목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 더불어 통계청장에게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다행이지만 너무 늦었다. 성별이분법 바깥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트랜스젠더가 감당해야 하는 차별과 혐오가 이미 넘쳐흐른다. 2020년 인권위가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 중 65.3%는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같은 기간 SNS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언론(87.3%), 드라마·영화 등 영상매체(76.1%)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과 표현을 접했다. 우리의 일부가 일상적으로 차별을 받는 사회에서 행복할 수 없다.


성소수자를 향한 일상 속 차별들은 삶 자체를 뒤흔다. 질병에 걸렸음에도 병원에 가는 것을 포기하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명백히 한 시민의 건강권과 사회권, 기본권을 박탈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는 그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권위의 지적처럼  ‘인구주택총조사’ ‘국민보건의료실태통계조사’, ‘가족실태조사’ 등 각종 실태조사에서 성소수자는 배제되어 정책의 ‘대상’으로도 인식되지 못했다. 인권위의 권고는 정책 변화의 작은 시작일 뿐이다. 겨우 통계의 숫자로 존재하게 될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의 삶이 제대로 꽃피울 때까지 넘어야 할 산과 강이 넓고도 깊다. 이 시작으로 생색내지 말아야 할 일이다.


녹색당은 더욱 퀴어한 세상을 위해 차별과 혐오에 단호히 대항해왔다. 헌법의 평등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도 함께 목소리 내왔다. ‘트렌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누구도 인간의 존엄함을 부정할 수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시 다진다. 함께 싸우자! 


녹색당

2022.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