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 11차 전기본,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논평] 11차 전기본,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어제 세종정부청사에서, 2024년부터 2038년까지 향후 15년간 전력수급과 에너지 정책의 기초가 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의 공청회가 열렸다. 11차 전기본은 반도체와 AI를 핑계로 역대급 전력 수요 증가를 전제로 삼아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발전설비 계획으로 가득찼다.


11차 전기본에는 상용화가 불확실한 SMR과 그린수소를 사용하겠다는 현실성 없는 계획에, 핵발전소를 4, 5개나 새로 짓겠다는 계획과 새 발전소 건설에 입찰 경쟁을 도입하면서 시장화 민영화를 촉진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시로 하는 수도권 전력 수요 충족을 위해 동해안 핵발전소와 민자 석탄발전소 전기를 끌어오고, 이를 위해 홍천 등에서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송전망을 새로 건설하겠다고도 한다.


전기본은 성장주의와 시장주의에 경도된 기술관료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가 초안을 작성하고 검토와 의견수렴 등 몇 차례의 형식적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어제 공청회도 그 일환이었는데, 전국에서 모인 기후-탈핵 활동가들은 공청회 단상에서 피켓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는 행동을 전개했다.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의 ‘민주주의 워싱’을 반대하고 시민의 삶과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기본 백지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밀실에서 자본과 결탁된 소수 전문가와 기술관료에 의해 결정되는 전기본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정당하다. 그러나 이들은 원만한 행사 진행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연행의 대상이 되었고, 18명이 연행되어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들 중에는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진 이들도 있었고, 연행 과정 중에 발생한 경찰 폭력으로 병원을 찾은 이도 있었다. 녹색당은 이런 정부와 경찰의 억압적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지구 거주자들의 안전과 지속가능성 보다는 경제성장을 앞세운 무분별한 성장주의, 민간 대기업의 이윤과 성장을 위해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는 개발과 발전을 추구하는 반생태적 파괴주의,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비수도권에 희생을 강요하는 식민주의,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필요와 요구를 조정하기 위한 민주적 과정 보다는 형식화된 절차 만들어 민주주의라 하는 반민주적 기술관료주의, 또한 이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하는 시민들을 범죄자나 적이라도 되는 양 수갑 채워 끌고가는 권위주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의 관료와 전문가 집단에 강고하게 뿌리내린 성장주의, 토건개발주의, 시장주의, 식민주의, 형해화된 민주주의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녹색당은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지키는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전환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을 적극 지지하며, 전기본과 한국 에너지 정책을 근본에서 재검토할 것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4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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