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아리'는 존치되어야 한다
- 독일 정부도, 일본 정부도, 그 어느 누구도 전쟁 범죄에 대한 기억을 억압할 권리가 없다.
지난 2020년 9월 28일, 베를린 미테구청의 공식 허가를 받아 독일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독일어로 ‘평화상’ Friedensstatue) 아리(Ari)가 세워졌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독일에서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을 기리고, 전쟁 범죄의 역사를 기억하는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역사적 과오를 청산하고 책임을 다하는 의미있는 걸음이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전시 성노예 제도의 생존자와 전 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으로 피해를 받는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상징이다. 이것은 역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는 전시 성폭력과 성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갖는 현재적 의미도 크다.
이런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 이후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소녀상 설치를 허가한 미테구청에 철거 민원을 넣고, 그것도 되지 않자 베를린시 정부, 독일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철거 압박을 넣어왔다.
2022년 4월 말 일본을 방문한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사민당)를 만난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자민당)는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직접 요구했으며, 지난 2024년 5월 베를린-도쿄 간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일본에 방문한 카이 베그너 시장(기민당)은 가마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자민당)을 만나 베를린 소녀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의 결정에 시 정부나 연방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무엇보다도 베를린 미테구의 다수의 주민들과 미테구 의회는 평화의 소녀상이 현재 베를린 브레머 41번 가에 영구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베를린 미테구 의회는 녹색당·좌파당·사민당 구의원들이 제출한 “소녀상 영구 존치를 보장하고 미테구청이 베를린시 당국과 협의에 나서라”는 결의안을 가결(찬성 27표, 반대 15표, 기권 7표)했다. 또한 “소녀상을 현재 위치에 영구적으로 보전하라”는 주민 3천 명 이상의 서명이 담긴 청원도 찬성 27표로 가결됐다.
현재 실질적인 철거 권한이 있는 슈테파니 렘링거 구청장(녹색당)은 평화의 소녀상이 2022년 한 차례 특별 허가로 연장됐고, 영구 존치를 위해 필요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건이 충분하지 않다며, 더 이상 현재 위치에 소녀상 존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미테구 내 사유지로의 이전과 같은 타협안을 제안하고 있다. 반전과 평화, 페미니즘과 국제적 연대를 말하는 녹색당 출신 구청장이 풀뿌리 의회의 결정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일본 정부와 베를린 시 정부의 외압에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와 평화의 소녀상 영구 존치에 연대하는 베를린 시민단체들은 소녀상이 갖는 공공성, 즉 전 세계 성폭력을 반대하는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이 모든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부지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소녀상 근처에 위치한 ‘위안부 박물관’(Museum der Trostfrauen)은 베를린 여성, 이주민, 인권 단체들과 인근 학교와 연계해 다양한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여전히 유럽 중심주의, 홀로코스트 부정, 인종차별 등이 존재하는 사회이며, 제대로 된 역사 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이 식민 제국주의, 전쟁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로비와 압력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이전하려는 결정은 역사를 뒷걸음질하는 결정이며 현재를 부정하는 일이다. 소녀상은 과거에도 지금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의 구체적인 사례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녀상은 필요하다. 독일 정부도, 일본 정부도, 그 어느 누구도 전쟁 범죄에 대한 기억을 억압할 권리가 없다.
<한국녹색당 요구사항>
- 슈테파니 렘링거 미테구 구청장은 미테 구의회의 결정과 풀뿌리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여, 현재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존치를 결정하라. 녹색당원 렘링거는 전세계 녹색당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녹색당 헌장에 명시된 평화, 여성의 권리, 풀뿌리 민주주의, 국제적 연대의 가치를 존중하라.
-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한 로비활동 및 외교활동을 즉시 중단하라.
- 독일 정부와 베를린 시 당국은 일본 정부의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외압을 단호히 거부하며, 미테구 지자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중단하라.
2024년 10월 9일
한국녹색당, 한국녹색당 국제위원회
[논평]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아리'는 존치되어야 한다
- 독일 정부도, 일본 정부도, 그 어느 누구도 전쟁 범죄에 대한 기억을 억압할 권리가 없다.
지난 2020년 9월 28일, 베를린 미테구청의 공식 허가를 받아 독일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독일어로 ‘평화상’ Friedensstatue) 아리(Ari)가 세워졌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독일에서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을 기리고, 전쟁 범죄의 역사를 기억하는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역사적 과오를 청산하고 책임을 다하는 의미있는 걸음이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전시 성노예 제도의 생존자와 전 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으로 피해를 받는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상징이다. 이것은 역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는 전시 성폭력과 성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갖는 현재적 의미도 크다.
이런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 이후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소녀상 설치를 허가한 미테구청에 철거 민원을 넣고, 그것도 되지 않자 베를린시 정부, 독일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철거 압박을 넣어왔다.
2022년 4월 말 일본을 방문한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사민당)를 만난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자민당)는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직접 요구했으며, 지난 2024년 5월 베를린-도쿄 간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일본에 방문한 카이 베그너 시장(기민당)은 가마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자민당)을 만나 베를린 소녀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의 결정에 시 정부나 연방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무엇보다도 베를린 미테구의 다수의 주민들과 미테구 의회는 평화의 소녀상이 현재 베를린 브레머 41번 가에 영구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베를린 미테구 의회는 녹색당·좌파당·사민당 구의원들이 제출한 “소녀상 영구 존치를 보장하고 미테구청이 베를린시 당국과 협의에 나서라”는 결의안을 가결(찬성 27표, 반대 15표, 기권 7표)했다. 또한 “소녀상을 현재 위치에 영구적으로 보전하라”는 주민 3천 명 이상의 서명이 담긴 청원도 찬성 27표로 가결됐다.
현재 실질적인 철거 권한이 있는 슈테파니 렘링거 구청장(녹색당)은 평화의 소녀상이 2022년 한 차례 특별 허가로 연장됐고, 영구 존치를 위해 필요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건이 충분하지 않다며, 더 이상 현재 위치에 소녀상 존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미테구 내 사유지로의 이전과 같은 타협안을 제안하고 있다. 반전과 평화, 페미니즘과 국제적 연대를 말하는 녹색당 출신 구청장이 풀뿌리 의회의 결정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일본 정부와 베를린 시 정부의 외압에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와 평화의 소녀상 영구 존치에 연대하는 베를린 시민단체들은 소녀상이 갖는 공공성, 즉 전 세계 성폭력을 반대하는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이 모든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부지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소녀상 근처에 위치한 ‘위안부 박물관’(Museum der Trostfrauen)은 베를린 여성, 이주민, 인권 단체들과 인근 학교와 연계해 다양한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여전히 유럽 중심주의, 홀로코스트 부정, 인종차별 등이 존재하는 사회이며, 제대로 된 역사 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이 식민 제국주의, 전쟁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로비와 압력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이전하려는 결정은 역사를 뒷걸음질하는 결정이며 현재를 부정하는 일이다. 소녀상은 과거에도 지금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의 구체적인 사례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녀상은 필요하다. 독일 정부도, 일본 정부도, 그 어느 누구도 전쟁 범죄에 대한 기억을 억압할 권리가 없다.
<한국녹색당 요구사항>
- 슈테파니 렘링거 미테구 구청장은 미테 구의회의 결정과 풀뿌리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여, 현재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존치를 결정하라. 녹색당원 렘링거는 전세계 녹색당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녹색당 헌장에 명시된 평화, 여성의 권리, 풀뿌리 민주주의, 국제적 연대의 가치를 존중하라.
-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한 로비활동 및 외교활동을 즉시 중단하라.
- 독일 정부와 베를린 시 당국은 일본 정부의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외압을 단호히 거부하며, 미테구 지자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중단하라.
2024년 10월 9일
한국녹색당, 한국녹색당 국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