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을 추방하지 마라!
- 이주배경 아동 출신 노동자 고 강태완 사망 100일에 부쳐
2월 16일은 이주배경 아동 출신 청년노동자 강태완의 사망 100일이었다. 그는 24년을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살다가 기나긴 과정을 거쳐 체류 자격 연장, 대학 입학, 거주비자를 거쳐 마침내 5년 후 영주 자격 취득의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재로 사망하였다. 그의 삶과 죽음은 미등록 아동, 이주민, 청년, 높은 산재율에 노출된 노동자의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가시화한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더 이상 이와 같은 부조리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노라 다짐한다.
강태완의 어머니 이은혜씨는 1994년 취업 브로커에게 속아 몽골에서 한국으로 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었다. 1998년 6살의 나이로 입국한 강태완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미등록 아동으로 성장하였다. 그는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어로 꿈을 꾸고, 한국의 교육을 받았지만, 국가는 그를 외면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인이었던 그가 ‘한국인 자격’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동안 국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 ‘순수 한국인이 아닌’ 자들에 대한 무시와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54년 시작된 해외입양은 전쟁고아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지만, 주요 대상은 혼혈아였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는 외면, 혹은 그들을 치워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해외로 보내진 이들 중 일부는 '미등록' 아동으로 표류하다가 추방위기를 맞았다. 국가간 입양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1995년 헤이그국제아동협양이 발효되었지만, 우리나라는 30년을 미뤄 이제야 협약에 비준하고 국가가 입양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최초로 해외로 보내진 혼혈아동이 노인이 된 오늘날, 국내에 이미 있는 미등록 아동들은 여전히 법과 서류의 테두리 바깥에 위치한다. 국가 정책의 결과인 이들이 어떻게 성장할 지에 대해 국가는 제대로 된 책임을 철저히 방기했다.
2024년 합계 출생률은 0.75로 24만명이 조금 넘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저출생고령화와 지방인구소멸을 타계하기 위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면서도 자국의 영토에 버젓이 존재하는 2만 명의 미등록 아동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한다. 이는 몰인정하다는 도덕적인 비난을 넘어 경제적, 정치적으로 근시안적인 행태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사람을 동료나 이웃이 아닌 수단으로만 보는 정서는 이들을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부속품으로 전락시키고, 계급을 공고히 하고, 사회적 긴장을 유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뒤늦은, 추가적인 노력과 예산을 소비하게 만든다. 애초에 저출생을 유발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결과만 개선하려고 예산을 퍼부으면서 악순환에 빠지는 것과 같은 경로를 걸으며 뻔히 보이는 미래로 향하고 있다.
유령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빠르게 성장하여 성인이 된다. 이들을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불법과 무법에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골머리 쓰는 만큼, 이미 태어나서 이 땅에 존재하는 미등록 아동들을 신경쓰시라. 법무부는 2022년 초중고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을 3천 명으로 추산하였으나 현재 국내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2만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
법무부는 2022년부터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에게 “일시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하였으나, 올해 3월 31일로 이 ‘임시 구제대책’은 종료된다.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고, 임시조치가 만료되면 이 아동들과 가족은 추방에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며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도록 장기체류 이주아동에게 임시적 체류자격을 주는 조치가 아닌 상시적 제도를 입법해야 한다. 그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최소한 한시적 구제대책을 연장해 이들의 반인륜적 추방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들을 추방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 안된다.
녹색당은 고(故) 강태완을 기억하며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 미등록 아동이 없는 나라, 모든 아동이 차별없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그들이 자라난 땅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의 꿈꾸기를 응원하는 Let Us Dream 캠페인을 지지하고 연대한다.
2025년 2월 17일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이 자라온 한국에서 계속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세요. https://letusdream.campaignus.me
[논평]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을 추방하지 마라!
- 이주배경 아동 출신 노동자 고 강태완 사망 100일에 부쳐
2월 16일은 이주배경 아동 출신 청년노동자 강태완의 사망 100일이었다. 그는 24년을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살다가 기나긴 과정을 거쳐 체류 자격 연장, 대학 입학, 거주비자를 거쳐 마침내 5년 후 영주 자격 취득의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재로 사망하였다. 그의 삶과 죽음은 미등록 아동, 이주민, 청년, 높은 산재율에 노출된 노동자의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가시화한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더 이상 이와 같은 부조리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노라 다짐한다.
강태완의 어머니 이은혜씨는 1994년 취업 브로커에게 속아 몽골에서 한국으로 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었다. 1998년 6살의 나이로 입국한 강태완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미등록 아동으로 성장하였다. 그는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어로 꿈을 꾸고, 한국의 교육을 받았지만, 국가는 그를 외면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인이었던 그가 ‘한국인 자격’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동안 국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 ‘순수 한국인이 아닌’ 자들에 대한 무시와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54년 시작된 해외입양은 전쟁고아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지만, 주요 대상은 혼혈아였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는 외면, 혹은 그들을 치워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해외로 보내진 이들 중 일부는 '미등록' 아동으로 표류하다가 추방위기를 맞았다. 국가간 입양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1995년 헤이그국제아동협양이 발효되었지만, 우리나라는 30년을 미뤄 이제야 협약에 비준하고 국가가 입양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최초로 해외로 보내진 혼혈아동이 노인이 된 오늘날, 국내에 이미 있는 미등록 아동들은 여전히 법과 서류의 테두리 바깥에 위치한다. 국가 정책의 결과인 이들이 어떻게 성장할 지에 대해 국가는 제대로 된 책임을 철저히 방기했다.
2024년 합계 출생률은 0.75로 24만명이 조금 넘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저출생고령화와 지방인구소멸을 타계하기 위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면서도 자국의 영토에 버젓이 존재하는 2만 명의 미등록 아동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한다. 이는 몰인정하다는 도덕적인 비난을 넘어 경제적, 정치적으로 근시안적인 행태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사람을 동료나 이웃이 아닌 수단으로만 보는 정서는 이들을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부속품으로 전락시키고, 계급을 공고히 하고, 사회적 긴장을 유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뒤늦은, 추가적인 노력과 예산을 소비하게 만든다. 애초에 저출생을 유발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결과만 개선하려고 예산을 퍼부으면서 악순환에 빠지는 것과 같은 경로를 걸으며 뻔히 보이는 미래로 향하고 있다.
유령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빠르게 성장하여 성인이 된다. 이들을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불법과 무법에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골머리 쓰는 만큼, 이미 태어나서 이 땅에 존재하는 미등록 아동들을 신경쓰시라. 법무부는 2022년 초중고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을 3천 명으로 추산하였으나 현재 국내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2만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
법무부는 2022년부터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에게 “일시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하였으나, 올해 3월 31일로 이 ‘임시 구제대책’은 종료된다.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고, 임시조치가 만료되면 이 아동들과 가족은 추방에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며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도록 장기체류 이주아동에게 임시적 체류자격을 주는 조치가 아닌 상시적 제도를 입법해야 한다. 그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최소한 한시적 구제대책을 연장해 이들의 반인륜적 추방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들을 추방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 안된다.
녹색당은 고(故) 강태완을 기억하며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 미등록 아동이 없는 나라, 모든 아동이 차별없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그들이 자라난 땅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의 꿈꾸기를 응원하는 Let Us Dream 캠페인을 지지하고 연대한다.
2025년 2월 17일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이 자라온 한국에서 계속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세요. https://letusdream.campaignu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