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해야 할 것은 이주노동자의 이동이 아니라 정부의 혐오다”
어제(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38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비전문(E-9)’ 이주노동자의 지역 이동 자유를 제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3년간 3회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제노동기구의 ‘강제노동 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종이 같다면 전국적 지역 이동은 그나마 가능했는데, 이제는 권역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업장 이동’ 제한에 ‘지역 이동’ 제한까지 추가한 것이다.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추가 제한하면서 들먹인 명분은 ‘지역소멸 위기 대응’이다. 노동자의 인권을 제한하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주노동자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거주시설의 질을 높이며 숙식비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를 근절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사회를 살리는 길이다.
이 개악안이 발표된 어제도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한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한명이 다수에게 집단구타당한 사건도 있었다. 단 하루의 뉴스만 찾아보아도, 이 사회의 이주노동자는 위험과 혐오, 차별과 불평등의 현실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를 임금은 적게 주고 맘대로 일을 시켜도 되는 기계, 노예로 취급하는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거꾸로만 가는 정부의 행태는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 잠시 머물 뿐이다. 우리 사회에 조금 늦게 합류한 사람들을 피부색, 언어, 국적 등을 기준으로 ‘이주민’으로 범주화하고 배제의 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다. 녹색당은 정부에 요구한다. 이번 개편안을 즉각 폐기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개편안을 다시 마련하라. 더 나아가 녹색당은 현행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실현되며,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울 것이다.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다.
2023년 7월 6일
녹색당
“금지해야 할 것은 이주노동자의 이동이 아니라 정부의 혐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