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가습기살균제 판결, 환경참사 없는 세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녹색당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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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가습기살균제 판결, 환경참사 없는 세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지난 1월 11일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사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처음 사회적으로 알려진 이후 약 13년 만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지만, 늦게나마 정의를 바로 세운 사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이하 CMIT·MIT)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대표 등의 관계자 13명 모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인정하고 금고 4년형 등을 선고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이들은 2011년 사건이 처음 알려진 이후 관리책임에 대한 사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 실제 위험물질을 생산하고 제대로 된 검사 없이 제품을 안전한 것으로 속여 팔았던 기업들과 끊임없이 싸워왔다. 우리는 무엇보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스로의 몸이 증거라고 거리에서 외치며 싸워온 피해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 이들과 함께해온 시민사회에 경의와 위로를 전한다.


옥시 등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이하 PHMG) 성분을 사용하여 문제가 됐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서는 이미 2014년 국가가 명백한 위해성을 인정했고, 2018년 관련 업체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1월 CMIT·MIT에 대한 판결에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인과관계가 규명된 PHMG와는 다르게 폐질환·천식 간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1심 판결 이후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전문가 모두에게서 판결에 대한 규탄과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나 당시 재판에서 증언한 전문가들을 포함한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1심 재판부가 단정적인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 과학의 언어에 대한 이해 없이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한 사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쉽게 말해, “흡연으로 인한 폐암 유발 가능성이 높다”는 단정적이지 않은 과학적 표현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담배회사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조사를 하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에서도 이 결과가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항소심 선고 전에는 주요 환경·보건학회에서도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그간 축적된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피해 간 과학적 근거가 사법적으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1심처럼 과학자들의 의견을 오해하지 말라고까지 강조했다. 다행히 항소심 판결에서는 1심이 ‘동물실험의 성격을 오해’하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학적 의미를 간과”했다며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이번 판결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동물을 상대로 한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가습기살균제를 유통시켜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만성 흡입독성시험을 행한 사건”이라고 했다. 피해의 특성상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 숫자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사참위에서는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피해자는 현재까지 신고된 6,800여 명보다 백 배가 많은 약 67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런 엄청난 사회적 참사에서 가장 주요한 관리주체는 환경부를 위시한 국가다. 그런데 이번 선고가 내려지기 이틀 전인 1월 9일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영향으로 2013년 제정된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 관련 법의 유독물질 규제를 관련 업계 요구에 따라 완화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의 환경 관련 제도의 수준을 10년 전으로 돌릴 수 없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녹색당은 인간과 생태계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해 끝까지 목소리 높이고 싸울 것이다. 


2024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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