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부쳐: 국가의 생명 보호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는 필요없다.


[논평]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부쳐: 국가의 생명 보호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는 필요없다.


지난 9일 통과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대해 어제인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죽지 말아야 할 가족과 동료 시민들이 한꺼번에 사망한 이유를 확인하고 유사한 참사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 여당의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


2022년 10월 29일 밤 참사 발생 후 유가족과 시민들은 몸을 던지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왔다. 한파와 폭설에도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 진상규명을 위한 모든 것을 해왔다. 지난 18일 국민의힘이 특별법 거부를 건의하자 유가족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까지 감행했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류가 나온 이후 지난주부터는 매일 오후 1시 59분부터 15,900배를 올리는 철야행동도 이어왔다.


그러나 참사 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55일간의 국정조사에서부터 지난 연말 양당의 정쟁으로 인해 특별법이 본회의에서 상정되지 못하고 해를 넘겨 겨우 통과될 때까지 정치는 한 번도 진정성 있는 답을 주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을 뿐만 아니라 작년 12월에는 이미 “사고 원인이 규명됐다”며 진상규명 내용이 완전히 빠진 법을 별도로 발의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당사자들이 염원한 특별법을 뭉개고 피해자 재정지원 등을 담은 종합 지원 대책을 따로 내놨다.


정부의 대응은 분노를 넘어 이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공감력이 있는 자들인지를 의심케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며 “참사의 원인과 대응‧구조‧수습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밝혀졌”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심된다며,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에도 검찰은 과거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불기소를 저울질하며 머뭇거리다가, 수사심의위원회의 공소제기 의견에 따라 “마지못해” 기소를 결정하였다. 또한 이미 대형 사회적참사와 과거사에 대한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 모델은 4·3사건, 의문사사건, 5·18민주화운동, 세월호참사, 가습기살균제참사 등 수많은 사례를 통해 법적인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 이번 특별법은 그마저도 국민의힘이 어깃장을 놓으면 특별검사 요청권 등을 삭제하여 과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보다도 훨씬 축소된 권한만을 규정한다. 당사자들이 길에서 목소리 내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데 진상규명이 다 되었다고 규정해버리며 추가 조사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당신들은 누구인가? 곧 있으면 10주기가 되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대한 역할을 져버린 지난 정부들과 무엇이 다른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까지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보면 면면이 모두 민생과 사회공공성,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법안들이었다. 특히나 이태원참사는 구조적 문제에 의해 국가가 시민들의 생명권을 지키지 못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최대한의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건이다. 어제는 윤석열 정부가 시민의 생존권을 다시 한번 짓밟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헌법 제10조로 인정되는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를 거부했다.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녹색당은 시민들을 보호하는 정치와 국가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고난을 겪는 이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

 

2024년 1월 31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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