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국 복지 최심부의 밀실을 열자
- 중생보위의 기준 중위소득 발표를 앞두고
매해 8월 1일 전까지 고시해야 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곧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녹색당은 기준 중위소득의 대폭 인상과 균등화지수의 상향, 그리고 중생보위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촉구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70여개 이상의 복지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한국 복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생계, 의료, 주거급여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의 선정기준이나 수급비 그 자체여서 '복지기준선'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기준 중위소득은 상대빈곤 개념의 도입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드러난 실제 중위소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등 빈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모습만을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첫 해 이후 매년 기준중위소득이 비교적 높은 인상율을 기록한 것을 두고 “약자와의 동행”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준중위소득은 최근 3년간의 중위소득 상승률을 근거로 산정된다. 그런데 통계청이 이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 중 하나인 ‘가계동향조사’를 분기별로만 작성하게 되면서, 2021년부터 근거자료가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패널조사 방식의 가계동향조사에 비해,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값이 12%가량 높아졌다.
정부는 이 높아진 12%의 격차를 6년에 걸쳐 추가인상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의 억지 등으로 인해 추가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인상률이 2%대에 머무는 일이 반복되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결정된 인상률에 추가인상률을 더한다는 원칙을 지켰으나, 이는 겨우 원칙만 지킨 것에 불과하다. 물가의 가파른 상승이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한 추가인상은 전무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당시 지지부진했던 인상률이 만든 간극 또한, 가난한 시민들의 몫으로 전가되었다.
현재 기준중위소득에 적용되는 균등화지수가 1인 가구에 지나치게 낮은 점도 문제다. 가구원의 구성과 숫자별로 가구소득을 보정하는 과정을 ‘균등화’라 하는데, 이 때 사용하는 것이 균등화지수다. 1인 가구의 월 소득 400만원과, 4인 가구의 월 소득 400만원은 그 구성원들의 생활수준에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4인 가구(성인 2명+아동 2명)의 기준 중위소득을 먼저 산정한 뒤, 1인, 2인, 5인 가구 등에 각각 정해진 균등화지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가구별 기준 중위소득의 척도가 세워진다. 문제는 기초생활수급의 대상자는 주로 1인 가구임에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균등화지수가 1-2인 가구에게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0.37이었던 기존 1인 가구의 균등화 지수를 0.4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제곱근방식(0.5)이나 OECD 수정 균등화지수(0.48)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
중생보위의 밀실운영 또한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중생보위는 위원 정보의 비공개와 참관의 불허는 물론 속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수급 당사자 또한 참여하지 않는다. 노동자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양한 정부부처의 담당자와 공익위원들이 한데 모여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하도록 한 제도가,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익명의 결정 속에 책임은 사라지고, 시민들은 어떠한 이유로 자신이 수급받을 급여를 빼앗기는지조차 알 수 없다. 한국 복지 최심부가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체계를 바꿔내야만 한다.
난해한 산식과 복잡한 운영 뒤에, 잘 알려지지 않은 복지제도의 근간이 있다. 여러 겹의 장막 뒤에 숨은 한국 복지 최심부의 밀실을 열고, 기초법을 바로세우기 위한 전선에 서자. 녹색당이 제대로 된 복지와 빈곤철폐를 향한 그 길에 단단히 함께하겠다.
2024년 7월 23일
[논평] 한국 복지 최심부의 밀실을 열자
- 중생보위의 기준 중위소득 발표를 앞두고
매해 8월 1일 전까지 고시해야 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곧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녹색당은 기준 중위소득의 대폭 인상과 균등화지수의 상향, 그리고 중생보위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촉구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70여개 이상의 복지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한국 복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생계, 의료, 주거급여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의 선정기준이나 수급비 그 자체여서 '복지기준선'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기준 중위소득은 상대빈곤 개념의 도입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드러난 실제 중위소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등 빈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모습만을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첫 해 이후 매년 기준중위소득이 비교적 높은 인상율을 기록한 것을 두고 “약자와의 동행”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준중위소득은 최근 3년간의 중위소득 상승률을 근거로 산정된다. 그런데 통계청이 이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 중 하나인 ‘가계동향조사’를 분기별로만 작성하게 되면서, 2021년부터 근거자료가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패널조사 방식의 가계동향조사에 비해,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값이 12%가량 높아졌다.
정부는 이 높아진 12%의 격차를 6년에 걸쳐 추가인상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의 억지 등으로 인해 추가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인상률이 2%대에 머무는 일이 반복되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결정된 인상률에 추가인상률을 더한다는 원칙을 지켰으나, 이는 겨우 원칙만 지킨 것에 불과하다. 물가의 가파른 상승이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한 추가인상은 전무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당시 지지부진했던 인상률이 만든 간극 또한, 가난한 시민들의 몫으로 전가되었다.
현재 기준중위소득에 적용되는 균등화지수가 1인 가구에 지나치게 낮은 점도 문제다. 가구원의 구성과 숫자별로 가구소득을 보정하는 과정을 ‘균등화’라 하는데, 이 때 사용하는 것이 균등화지수다. 1인 가구의 월 소득 400만원과, 4인 가구의 월 소득 400만원은 그 구성원들의 생활수준에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4인 가구(성인 2명+아동 2명)의 기준 중위소득을 먼저 산정한 뒤, 1인, 2인, 5인 가구 등에 각각 정해진 균등화지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가구별 기준 중위소득의 척도가 세워진다. 문제는 기초생활수급의 대상자는 주로 1인 가구임에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균등화지수가 1-2인 가구에게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0.37이었던 기존 1인 가구의 균등화 지수를 0.4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제곱근방식(0.5)이나 OECD 수정 균등화지수(0.48)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
중생보위의 밀실운영 또한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중생보위는 위원 정보의 비공개와 참관의 불허는 물론 속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수급 당사자 또한 참여하지 않는다. 노동자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양한 정부부처의 담당자와 공익위원들이 한데 모여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하도록 한 제도가,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익명의 결정 속에 책임은 사라지고, 시민들은 어떠한 이유로 자신이 수급받을 급여를 빼앗기는지조차 알 수 없다. 한국 복지 최심부가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체계를 바꿔내야만 한다.
난해한 산식과 복잡한 운영 뒤에, 잘 알려지지 않은 복지제도의 근간이 있다. 여러 겹의 장막 뒤에 숨은 한국 복지 최심부의 밀실을 열고, 기초법을 바로세우기 위한 전선에 서자. 녹색당이 제대로 된 복지와 빈곤철폐를 향한 그 길에 단단히 함께하겠다.
2024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