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민영화 촉진·생태파괴·부정의한 해상풍력특별법 폐기하라!


[논평] 민영화 촉진·생태파괴·부정의한 해상풍력특별법 폐기하라!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재생에너지법이다. 


기후재앙과 재난이 일상화된 기후생태위기의 시대,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고 정의롭게 에너지 전환을 이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서 국제 기후변화 대응지수 평가에서 하위를 면치 못하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했다는 헌법불합치 판정까지 받은 ‘기후악당국’ 국회에서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이 심의된다는 소식은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심의를 앞둔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관련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발전 용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지금까지 민간 업자들이 바다에 풍황계측기 ‘알박기’를 해서 사업권을 따낸 후 공유재여야 할 해수면을 판매하는 식의 투기가 이뤄지던 해상풍력 사업의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정부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고려해 사업지구를 선정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계획입지 방식으로 입법하려는 것은 반갑다. 신속한 집행을 위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일도 필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녹색당은 오늘(17일)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할 7개의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을 지지할 수 없다. 


첫째, 법안들은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지구를 지정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강화한다 말한다. 하지만 공공성은 계획입지에서 멈춰설 뿐, 실제로는 해상풍력의 민영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현재 정부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90개로 30.69GW의 발전용량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중 발전공기업 등 공공의 용량 비중은 6.4%인 반면 나머지는 다 민간 자본에 독점되어 있다. 그나마 해상풍력 사업 중 절반이 넘는 48개는 해외 자본이 사업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용량의 63%에 이른다. 현실이 이럴진대, 산자위에서 심의될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발전허가권을 획득한 기존 사업자에게 재정 지원, 규제 절차 생략 등의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해외 자본을 포함한 민간 사업자가 해상풍력 사업권의 93%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존 사업자 우대 조치는 결국 해상풍력을 민간에 넘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해상풍력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둘째, 산업부와 법안들은 10여개 부처에 걸친 29개에 달하는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하지만, 이는 기후위기 시대 절실한 해양생태계 보호와 시민 안전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산자위에서 심의하게 될 법안들은 지체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의 빠른 집행과 해상풍력 산업을 빠르게 육성하겠다는 산업부의 입장을 반영해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를 말한다. 문제는 ‘간소화’ 될 인허가 절차에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영향평가, 안전평가, 문화재보존 등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절차 간소화를 통해 단축되는 기간은 기존 71개월에서 63개월로 8개월에 불과하다. 이는 사업 기간을 8개월 단축하기 위해 해양생태계와 시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절차를 건너뛰겠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93%에 달하는 해외 자본을 포함한 민간 사업자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에너지 민영화가 어떻게 생태계와 시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과서적 사례로 귀결될 것이다.. 


셋째, 해상풍력특별법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이해를 반영하겠다 하지만, 막대한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신속하고 생태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의로워야 한다. 해상풍력 확대는 더 큰 에너지 전환의 그림 속에서 배치되어야 한다. 석탄발전소 폐쇄와 고탄소 배출 산업의 전환에 따른 실질적 노동자 일자리 대책이 부재한 상황, 또한 해상풍력이 태양광보다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훨씬 큰 조건에서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사업의 역할과 책임은 각별히 중요하다. 해상풍력은 석탄발전소 폐쇄로 고용위기를 겪는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 산자위에서 심의될 해상풍력특별법은 오로지 해상풍력 민간 사업자 지원을 통한 산업 육성에만 초점을 맞출 뿐, 에너지 전환의 큰 그림 속에서 고려되어야 할 해상풍력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에너지 전환의 총체적 관점 속에서만 가능하고, 해상풍력 확대는 이런 관점 속에서 게획되어야 한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그 목적에서 밝히고 있듯,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동시에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이는 해상풍력을 신속하게 확대함에 있어 바다와 연안습지를 비롯한 주변 지역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의 보호가 중요한 가치이자 지향이 되어야 함을, 또한 사회적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된 현실에서 어민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피해가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바다를 이용하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이 고려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이 수반할 수도 있는 부정의에 대한 대책 마련도 빠져서는 안될 요소다. 그러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에게 이와 같은 가치나 지향의 실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에너지 부문의 공공성이 확립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현재 발의된 해상풍력별법안은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민영화를 촉진할 것이다.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규제를 ‘절차 간소화’란 이름으로 걷어낸 결과 기후생태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한 해양풍력 민간 사업자들의 이익과 편의만 봐줄 뿐, 에너지 전환의 큰 그림 속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의로운 전환의 과제를 망각한다. 


해상풍력만을 떼어낸 특별법이, 그것도 민간 사업자들을 위한 특별법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수치적으로 늘릴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난 35년 민간 자본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의 역사는 실패로 끝났다. 해상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부문 전체, 더 나아가 에너지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총체적 시각 속에서 긴급하고 생태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요구되는 시기에  해상풍력특별법은 답이 될 수 없다. 산자위는 해상풍력특별법안을 폐기하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재생에너지를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특별법이다. 


2025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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