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논평] 들불축제 숙의민주주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워야 한다!

제주녹색당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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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축제 숙의민주주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워야 한다!
들불축제 공론화 과정,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결정하라!


올해 들불축제는 많은 논란 속에 결국 ‘불 놓기’ 없이 진행되었다. 제주녹색당은 들불축제의 불 놓기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들불축제의 향방을 숙의민주주의에 근거해서 도민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제기한 바 있다. 


제주녹색당은 지난 4월18일 만 19세 이상 제주도민 총 749명의 서명을 받아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부’를 제주시에 제출하였다. 이에 따라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이하 심의회)가 지난 5월 4일 구성되었고 5월 19일,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 건이 첫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매년 논란만 만들어내며 지속가능성마저 우려되던 들불축제가 변화의 기점을 맞게 되었다. 이제 첫 단추는 채워졌다. 제주녹색당은 들불축제 숙의과정이 유명무실했던 숙의민주주의 조례가 제대로 실현되는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과정을 보면 우려되는 지점이 많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 위원들이 구성되었지만 일반 시민들이 심의위원들의 면면을 확인하기 어렵다. 청구인 대표가 담당 부서에 심의위 명단 확인을 요청했으나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제주시가 들불축제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며 도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우려스럽다. 숙의민주주의의 숙의는 ‘정치엘리트의 숙의’가 아니라 ‘시민들의 숙의’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의위 구성을 비롯한 모든 정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진행상황의 투명한 공개는 앞으로 이루어질 숙의과정 전반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높이고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기본 조건이다.


2. 숙의 결과의 수용성을 강화시킬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라!
국내의 다양한 숙의민주주의 사례 중 2018년 ‘대전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공론 조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었던 공론조사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시민의견 수렴 과정 없이 대전시 주도로 추진된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갈등이 장기화하자 공론조사에 의한 문제 해결 방안이 제안되었으며, 2018년 7월 ‘대전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이해관계자 협의회와 검증단을 별도로 운영했다. 이해관계자 협의회에는 찬성 주민 측 4인, 반대 측 4인, 상황에 따라 대전시 유관부서, 공론화위원회 위원, 관련 전문가 등 3~4명이 추가로 참여하여 의견을 조율하고 자문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검증단은 찬성 측과 반대 측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전문가 2인과 중립적인 공론화위원회 위원 1인으로 구성되었고 주로 시민참여단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집중했다. 이러한 장치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론조사라는 논의 틀 안에서 의사를 개진하도록 하였다. 즉, 중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공론조사 진행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해관계자 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검증단을 통해 상호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했다. 
들불축제의 경우에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기에 숙의 민주주의를 통한 결정이 지역사회에 수용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세심한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숙의형 정책개발을 진행할 경우 운영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비롯해 그 결과를 갈등 주체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3. 시민참여단을 구성할 때 참여의 범위를 제주도 전역으로 설정하라. 제주시장은 도민 전체로 공론화를 확장하라. 
들불축제는 제주도의 대표축제로 전 도민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도민들의 관심과 축제의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시민참여단 구성의 범위를 제주도 전체로 설정하기 바란다. 비록 예산집행기관이 제주시이지만, 시민참여단 모집을 제주도로 확장하는 것은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가능할 것이다.


4. 들불축제의 숙의형 정책개발 방식을 공론조사나 원탁회의를 통해 실시하라.
숙의형 정책개발의 방식에 대해 원탁회의,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시나리오 워크숍 등의 방방법이 고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나리오 워크숍은 장기적인 지역개발 프로그램 마련에 적합한 방식으로 들불축제와 같이 찬반이 갈리는 행사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시민배심원제는 숙의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한 여론형성에 적합하지만 12-24명의 소수 시민을 무작위로 선발해 진행함으로써 전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 


들불출제에 관한 숙의형 정책 개발 방법은 100명 이상의 무작위 선발된 시민참여단을 구성하여 충분한 숙의의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원탁회의 혹은 공론조사가 적합하다. 이와 함께 시민참여단의 구성방식이나 숙의과정의 찬반 혹은 대안을 제출하는 방식 등에 대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제주녹색당은 숙의형 정책개발을 통해 대의민주주의에서 소외되거나 무력감을 느껴왔던 시민들이 행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는 선거 때 투표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임 없는 참여와 견제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리병원 공론화 이후 5년 만에 제안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를 받아들이고 제대로 된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2023년 5월 18일
제주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