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고 김새론 님의 명복을 빕니다


[논평] 고 김새론 님의 명복을 빕니다


또 한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 죽음이 더 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건 앞서 죽은 이들의 얼굴이 함께 잔상처럼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일입니다. 부고가 들려올 때마다 안타까워하고 비통해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동안 잊으며 살아가다 다시 들려오는 부고 소식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우리들입니다. 


고인은 음주 사고 이후 벌금과 피해 보상, 소속사와의 계약 해지로 인한 위약금을 감당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제발 그만 하면 안 되겠냐” 몸부림 쳤지만 가해지는 비난으로 우울증 치료를 오랫동안 받아야만 했습니다. 면밀한 내막은 알기 어렵지만, 그 잘못이 그가 겪었던 모든 외로움과 고통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연예인 걱정이 제일 쓸 데 없는 일”이라는 말에 그들이 느끼는 중압감과 고립감이 너무나도 쉽게 가려지고는 합니다. SNS 상에서의 악플 뿐 아니라, 누군가의 결점이나 가십을 손쉽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이버렉카’와 일부 언론의 ‘혐오 비즈니스’ 관행들 모두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혐오를 이윤으로 만들어내는 산업 속에서 여성 연예인은 손쉬운 표적이 되고, 어떤 잘못이나 가해의 구조적 원인과 변화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향한 비난과 희화화만이 재생산될 뿐입니다.


음주운전은 처벌받아야 할 잘못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잘못 이후 제대로 책임을 지고자 하는 이는 다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들입니다.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과 그 삶에 대한 이해는 양립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살아가며 한 번쯤은, 아니 수십 번은 넘어집니다. 넘어진 후 일어설 수 없는 세상이, 한 번의 실수가 낙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장되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어둠에 주목해야 합니다.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은 엄연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고 김새론 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5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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