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새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논평] 새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 국토부의 항공안전 토론회에 부쳐


지난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조류충돌과 항공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12·29 여객기 참사와 같은 항공 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항공안전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의 하늘길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류충돌 방지를 위해 조류에 대한 사전탐지와 항공기 대응력 향상 지원을 위해 조류탐지 레이더를 모든 공항에 도입하겠다는 등 지금까지 드러난 국토교통부의 계획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특히 ‘조류탐지’가 된 경우 공포탄으로 새들을 쫓아내거나 엽총으로 직접 포획하는 등의 폭력적이고 반생명적인 방안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은 극히 우려스럽다. 


이런 모습은 국토교통부가 어제(21일) 개최한 ‘항공안전 대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토론회는 항공분야 전문가 및 관계자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운항 안전 및 공항 시설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열겠다는 취지로 열렸다. 그러나 조류충돌 예방은 공항의 조류활동 탐지와 퇴치 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중심으로 제시되었고, 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 수백억 적자, 국제 안전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항 건설 계획과 관련한 청중 질문들에 대해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답변도 내놓지 못한 채 급하게 자리를 마무리하는 무책임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상 기후로 인한 폭염과 산물, 태풍과 홍수, 먹거리와 돌봄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기후생태위기가 개발과 성장을 앞세워 자연과 생명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착취해왔던 결과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조류충돌로 인한 참사도 무분별한 토건개발과 항공산업 확장을 위해 생명과 생태를 파괴한 결과일 뿐이라는 점을, 진정한 대안은 자본의 탐욕을 위해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생하는 것에 있음을 직시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 정책은 새들의 서식지에 공항을 짓는 사업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지역 공항 건설을 강행해 온 정치권의 책임을 은폐한다. 또한 무책임한 정치 논리 속에서 본래부터 그곳에서 살아왔던 새들을 한순간에 가해자로 지목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날 것을 요구받는 기후생태위기의 시대, 이것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현재 국내 10곳에서 신공항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이다. 조류충돌 위험이 무안공항보다 최대 610배 높다고 알려진 새만금신공항도 올해 착공 예정이다. 신공항 건설이 강행되면 그곳을 삶터로 삼는 새를 비롯한 무수한 생물종이 쫓겨나고 학살될 것이고, 그 후과는 또다른 재난과 참사로 나타날 것이다. ‘안전한 개발과 성장’은 없다. 정부의 그릇된 원인 진단과 대응이 누구의 책임을 감추고 누구에게 피해를 전가하는지 우리는 묻는다.  


새를 ‘퇴치’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새들이 아니라, 신공항 건설로 대표되는 무차별적 개발과 생태파괴다. 신공항 건설 중단하라.


2025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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