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생과 교사, 모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달 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일하던 초등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정부 대책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며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고 언급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교사의 ‘권위’와 ‘권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된 2010년 당시까지,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의 “사랑의 매”는 당연한 것이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에 의해 자행되던 체벌과 학교폭력, 복장 제한 등으로부터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법규다. 이러한 점에서, 서초구 교사의 사망 이후로 ‘교권 회복’과 관련된 최근 논의가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인권’을 낮추어 교사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방향으로 쏠리는 데에 우려를 표한다.
문제는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국가가 사회적 약자의 존엄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고 사회의 자기정화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배경에서, 교육을 철저한 계급재생산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현재 교육현장의 문제를 가져온 더 큰 요인이다. 경쟁만능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학생들과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육 당사자들의 고통도 줄어들지 않는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으로 중대 교육활동 침해 사항을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내용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처럼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교사들이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 악성민원 학부모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 의무화를 뽑았다는 조사도 있지만, 처벌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러한 법만능주의는 구성원 사이의 갈등만 조장하는 반교육적인 방식으로 실현될 우려가 높다. 근본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가치가 바뀌어야겠지만, 동시에 어떻게 추상적인 가치를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제는 구체적 대안을 논의할 때다.
먼저 교사를 노동자로서 명확히 정의하고, 그 권리와 의무를 보호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교사를 교수학습 전문성을 지닌 교육노동자로 보는 게 아니라 생활지도와 상담, 그에 수반하는 모든 감정노동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보는 ‘성직자적 교사관’이 지배적이다. 노동자로서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교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인권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임무,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가령 미국에서는 교원보호법(Teacher Protection Act) 등을 통해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의 사적 접촉을 금지하며 학교 당국은 교사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그에 따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과 생활지도·상담 분야를 분리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학교 내 상담교실(Wee클래스)을 통한 전문상담교사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여전히 2022년 기준 전국 초·중·고 내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35%, 여러 학교를 순회하는 전문상담교사까지 합쳐도 45%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상담교사의 학교별 상시 의무 배치와 인력 확충,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가 있다. 또한 교과 및 담임교사들과 전문상담교사가 수행할 업무 범위를 정하고 이에 대하여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에 대한 교육까지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담의 대상을 학생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교사들에 대한 실질적인 상담 제도도 필요하다.
교사들의 교권과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면, 간호사들이 힘들어하는 건 환자인권 때문이고, 민원 응대 공무원이 스트레스 받는 건 국민인권 때문이냐는 조소가 나온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학교 현장의 갈등을 교사 개인에 떠맡기던 관행을 반성하고, 교육 구성원 모두를 위한 학교 현장에서의 적절한 법적 보호 장치 뿐 아니라 분야별 전문가 배치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녹색당도 학교 현장에서 모든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는 싸움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2023년 7월 31일
[논평] 학생과 교사, 모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달 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일하던 초등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정부 대책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며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고 언급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교사의 ‘권위’와 ‘권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된 2010년 당시까지,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의 “사랑의 매”는 당연한 것이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에 의해 자행되던 체벌과 학교폭력, 복장 제한 등으로부터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법규다. 이러한 점에서, 서초구 교사의 사망 이후로 ‘교권 회복’과 관련된 최근 논의가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인권’을 낮추어 교사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방향으로 쏠리는 데에 우려를 표한다.
문제는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국가가 사회적 약자의 존엄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고 사회의 자기정화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배경에서, 교육을 철저한 계급재생산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현재 교육현장의 문제를 가져온 더 큰 요인이다. 경쟁만능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학생들과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육 당사자들의 고통도 줄어들지 않는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으로 중대 교육활동 침해 사항을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내용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처럼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교사들이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 악성민원 학부모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 의무화를 뽑았다는 조사도 있지만, 처벌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러한 법만능주의는 구성원 사이의 갈등만 조장하는 반교육적인 방식으로 실현될 우려가 높다. 근본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가치가 바뀌어야겠지만, 동시에 어떻게 추상적인 가치를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제는 구체적 대안을 논의할 때다.
먼저 교사를 노동자로서 명확히 정의하고, 그 권리와 의무를 보호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교사를 교수학습 전문성을 지닌 교육노동자로 보는 게 아니라 생활지도와 상담, 그에 수반하는 모든 감정노동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보는 ‘성직자적 교사관’이 지배적이다. 노동자로서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교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인권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임무,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가령 미국에서는 교원보호법(Teacher Protection Act) 등을 통해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의 사적 접촉을 금지하며 학교 당국은 교사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그에 따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과 생활지도·상담 분야를 분리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학교 내 상담교실(Wee클래스)을 통한 전문상담교사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여전히 2022년 기준 전국 초·중·고 내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35%, 여러 학교를 순회하는 전문상담교사까지 합쳐도 45%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상담교사의 학교별 상시 의무 배치와 인력 확충,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가 있다. 또한 교과 및 담임교사들과 전문상담교사가 수행할 업무 범위를 정하고 이에 대하여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에 대한 교육까지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담의 대상을 학생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교사들에 대한 실질적인 상담 제도도 필요하다.
교사들의 교권과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면, 간호사들이 힘들어하는 건 환자인권 때문이고, 민원 응대 공무원이 스트레스 받는 건 국민인권 때문이냐는 조소가 나온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학교 현장의 갈등을 교사 개인에 떠맡기던 관행을 반성하고, 교육 구성원 모두를 위한 학교 현장에서의 적절한 법적 보호 장치 뿐 아니라 분야별 전문가 배치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녹색당도 학교 현장에서 모든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는 싸움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2023년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