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천군은 죽음의 축제를 멈추라!
화천에 모두 모여 죽어갈 100만 산천어를 위하여
동물에게 잔인한 자는 인간에게도 잔인하다
만약 어떤 나라에서 특정 생명의 90%를 한 지역에 모아 한 달을 괴롭히고, 결국엔 전부 죽게 만드는 지역 축제가 있다고 하자. 용납이 가능한가? 그 지역에서는 이 야만적인 축제 외에는 주민들을 먹여 살릴 길이 없다고 한다. 납득이 되는가?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이 축제를 고발했더니 검찰에서 각하한 후 그 생명은 식용이라며 법적 하자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검찰이 과연 정상인가?
놀랍게도 이는 실제로 있는, 우리나라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 이야기다. 올해도 산천어축제가 어김없이 개막했다. 매년 이맘때면 화천군은 전국에서 조달되는 산천어를 축양장으로 보내느라 분주하다. 그 양은 우리나라 산천어 전체 양식량의 90%에 달한다. 그럼에도 축제를 홍보하는 측에서는 본래 산천어가 화천에 서식하는 것처럼 묘사한다.1)
이렇게 조달된 100만 산천어는 곱게 죽지 않는다. 축제 개막 며칠 전부터 일부러 굶긴다. 낚싯바늘을 보다 쉽게 물게 하기 위해서이다. 산천어가 더 이상 헤엄칠 수 없을 때까지 굶주림과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꿰뚫리는 고통은 반복된다. ‘축제의 묘미’라 불리는 맨손잡기 체험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수조 속에서 내내 사람에게 쫓기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물 밖으로 던져진 채 고통스럽게 숨을 멎는다. 끝끝내 운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그 대부분은 스트레스와 상해, 수온 문제 등으로 결국 폐사한다. 이는 명백한 동물 학대이다.2) 유명 동물행동학자인 제인 구달은 산천어축제를 두고 ‘오늘 같은 시대에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 살육의 현장에 대한 비판은 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화천군은 ‘군민들이 산천어축제가 아니면 먹고 살 방법이 없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화천은 결코 예산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천군의 예산은 약 4,400억 원으로 다른 기초단체 일인당 평균예산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산천어축제로 인한 수입 약 1,000억 원이 더해진다.3) 만약 군민이 살 방도가 막막하다고 한다면, 축제를 통해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벌지가 아니라, 그만큼의 예산으로도 왜 살기가 힘든지, 그 많은 돈이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이에 지난 20년 초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최문순 화천군수와 축제 시행업체인 재단법인 나라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였으나, 검찰은 산천어가 식용이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식당이 아닌 축제에 조달되는 산천어가 과연 식용인가? 동물보호법에서는 설령 식용이라 하더라도 잔인한 학대나 도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검찰은 산천어축제와 유사한 많은 지역 축제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 행위를 비호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보호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셈이다.
인류의 역사는 공존과 평등의 가치를 향해 발전해 왔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통해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음을 배워왔다. 그렇기에 더욱, 화천 산천어축제는 부끄러운 일이다. 한 생명을 모아놓고 다른 집단이 학살을 하는 행위를 축제란 명목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 철학자 칸트는 ‘동물에게 잔인한 자는 인간에게도 잔인하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문화를 답습하게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화천군은 생명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죽음의 축제를 멈추고 진정한 축제로의 전환을 이행하라.
2024년 1월 8일
강원녹색당
주석
1)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이 물이 맑다는 말과 함께, 산천어가 1급수에서만 서식함을 언급함으로써 화천에 산천어가 산다는 것처럼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사에서는 이처럼 사실 관계를 교묘히 언급하여 주최 측에 유리한 내용으로 사실상 바꾸어 서술하며 불리한 내용을 담지 않는다.
2) 어류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식용 동물이라 하더라도 느끼게 될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산천어는 연어과이며, 0℃의 연어는 의식을 잃을 때까지 9분,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는 데 3시간이 걸린다. 어류가 마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15초 이상을 꺼내지 않아야 한다는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연합(RSPCA)의 조언과 비교해 보자.
3) 산천어축제에는 23년 기준 131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듯 대규모 축제이다 보니 여러 형태의 돈 잔치가 벌어진다. 기업이 화천군과 협약을 맺어 상품을 홍보하기도 하고, 해외의 여행사를 초청하여 관광 홍보하기도 하며, 강 밑바닥을 긁어내는 토건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화천군은 죽음의 축제를 멈추라!
화천에 모두 모여 죽어갈 100만 산천어를 위하여
동물에게 잔인한 자는 인간에게도 잔인하다
만약 어떤 나라에서 특정 생명의 90%를 한 지역에 모아 한 달을 괴롭히고, 결국엔 전부 죽게 만드는 지역 축제가 있다고 하자. 용납이 가능한가? 그 지역에서는 이 야만적인 축제 외에는 주민들을 먹여 살릴 길이 없다고 한다. 납득이 되는가?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이 축제를 고발했더니 검찰에서 각하한 후 그 생명은 식용이라며 법적 하자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검찰이 과연 정상인가?
놀랍게도 이는 실제로 있는, 우리나라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 이야기다. 올해도 산천어축제가 어김없이 개막했다. 매년 이맘때면 화천군은 전국에서 조달되는 산천어를 축양장으로 보내느라 분주하다. 그 양은 우리나라 산천어 전체 양식량의 90%에 달한다. 그럼에도 축제를 홍보하는 측에서는 본래 산천어가 화천에 서식하는 것처럼 묘사한다.1)
이렇게 조달된 100만 산천어는 곱게 죽지 않는다. 축제 개막 며칠 전부터 일부러 굶긴다. 낚싯바늘을 보다 쉽게 물게 하기 위해서이다. 산천어가 더 이상 헤엄칠 수 없을 때까지 굶주림과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꿰뚫리는 고통은 반복된다. ‘축제의 묘미’라 불리는 맨손잡기 체험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수조 속에서 내내 사람에게 쫓기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물 밖으로 던져진 채 고통스럽게 숨을 멎는다. 끝끝내 운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그 대부분은 스트레스와 상해, 수온 문제 등으로 결국 폐사한다. 이는 명백한 동물 학대이다.2) 유명 동물행동학자인 제인 구달은 산천어축제를 두고 ‘오늘 같은 시대에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 살육의 현장에 대한 비판은 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화천군은 ‘군민들이 산천어축제가 아니면 먹고 살 방법이 없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화천은 결코 예산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천군의 예산은 약 4,400억 원으로 다른 기초단체 일인당 평균예산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산천어축제로 인한 수입 약 1,000억 원이 더해진다.3) 만약 군민이 살 방도가 막막하다고 한다면, 축제를 통해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벌지가 아니라, 그만큼의 예산으로도 왜 살기가 힘든지, 그 많은 돈이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이에 지난 20년 초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최문순 화천군수와 축제 시행업체인 재단법인 나라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였으나, 검찰은 산천어가 식용이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식당이 아닌 축제에 조달되는 산천어가 과연 식용인가? 동물보호법에서는 설령 식용이라 하더라도 잔인한 학대나 도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검찰은 산천어축제와 유사한 많은 지역 축제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 행위를 비호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보호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셈이다.
인류의 역사는 공존과 평등의 가치를 향해 발전해 왔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통해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음을 배워왔다. 그렇기에 더욱, 화천 산천어축제는 부끄러운 일이다. 한 생명을 모아놓고 다른 집단이 학살을 하는 행위를 축제란 명목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 철학자 칸트는 ‘동물에게 잔인한 자는 인간에게도 잔인하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문화를 답습하게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화천군은 생명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죽음의 축제를 멈추고 진정한 축제로의 전환을 이행하라.
2024년 1월 8일
강원녹색당
주석
1)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이 물이 맑다는 말과 함께, 산천어가 1급수에서만 서식함을 언급함으로써 화천에 산천어가 산다는 것처럼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사에서는 이처럼 사실 관계를 교묘히 언급하여 주최 측에 유리한 내용으로 사실상 바꾸어 서술하며 불리한 내용을 담지 않는다.
2) 어류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식용 동물이라 하더라도 느끼게 될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산천어는 연어과이며, 0℃의 연어는 의식을 잃을 때까지 9분,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는 데 3시간이 걸린다. 어류가 마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15초 이상을 꺼내지 않아야 한다는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연합(RSPCA)의 조언과 비교해 보자.
3) 산천어축제에는 23년 기준 131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듯 대규모 축제이다 보니 여러 형태의 돈 잔치가 벌어진다. 기업이 화천군과 협약을 맺어 상품을 홍보하기도 하고, 해외의 여행사를 초청하여 관광 홍보하기도 하며, 강 밑바닥을 긁어내는 토건사업을 벌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