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진정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진정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 국회 전원위원회 시작에 즈음하여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회의가 10일 시작됐다. 처음부터 ‘개혁’이 아니라 ‘개편’을 내건 19년 만에 열리는 전원위원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여야 합의에 따른 정개특위 결의안은 “정치적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승자독식의 정치문화”를 바꾸며 “선거결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 “정치 다양성을 증진”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원위원회에 올라온 세 가지 안과 국회의원들의 발언 내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1안의 중대선거구제는 지방선거 기초의회 방식과 같다. 양당은 작년 기초의회 3-5인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지역에서 복수공천을 최대로 활용하여 의석을 싹쓸이했다. 따라서 현행의 소선거구제 3-5개를 합치는 것에 불과한 중대선거구제는 ‘양당 독식’을 강화할 것이다. 


'준연동형'에서 '병립형'으로 회귀시키는 비례대표제 개편은 퇴행이다. 2020년 총선에서 3, 4, 5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이 21.9%였는데 의석은 4%밖에 되지 않았다. 준연동형을 했음에도 비례의석은 3당이 합쳐 11석밖에 얻지 못했던 이유는 위성정당 때문이다.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30석만 준연동형을 실시한' 2020년 당시라면 26석, '47석이 준연동형인' 지금의 시점에서는 34석을 얻었을 것이다. 만약에 47석 의석을 병립형으로 바꾸면 21.9% 득표율은 10석이 된다. 결국 1안의 병립형은 ‘위성정당 방지책’이 아니라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도 위성정당 효과를 낼 수 있는’ 안이다. 병립형을 하면서 권역별로 쪼개면 10석도 되지 않을 것이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파괴하는 이런 퇴행을 우리는 거부한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2안은 소선거구제에 비해 의미 있는 개선이다. 하지만 전원위에 올라온 2안 대선거구의 최대 의석이 7석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선거구의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눈다 하더라도 1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정당만 1석을 가져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비례성 있는 대선거구’가 된다 해도 양당이 253석을 거의 다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최대 선거구가 독일 64석, 포르투갈 48석, 스웨덴 40석, 스페인 36석만큼은 당장 안 된다 하더라도, 선거구당 의석수를 늘려서 사표를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을 그대로 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만 전국단위에서 권역 단위로 바꾸자는 3안은 마땅히 전국단위 봉쇄조항 3%를 없애야 한다. 비례대표제의 기준이 권역으로 바뀌었는데도 전국단위 봉쇄조항을 적용한다면, 전국과 권역의 ‘이중적 장벽’이 생기면서 사표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3안은 위성정당 방지책부터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위성정당에 대한 아무 반성 없이 선거제도 ‘개편’을 운운하는 양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비례대표제를 전국단위에서 권역으로 변동한다는 것만으로는 사표가 줄지 않는다. 1안과 3안에서 47석을 6개 권역으로 나누게 되면, 2안의 대선거구제처럼 권역별로 7-8석 선거구가 된다. 역시 권역에서 10% 이상을 얻은 정당에게만 1석이 배정되게 된다. 비례대표 의석 자체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권역별로만 바뀌면, 사표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녹색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전면 실시’를 강령으로 하고 있다. 녹색당은 강령의 정신에 기초하여 지난 3월 23일 녹색당 공직선거법 개정안 기자회견을 하고, 봉쇄조항을 낮추고 위성정당을 방지하며 성평등 의회를 보장하는 500석 준개방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뿐만 아니라,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 이르기까지 민의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시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녹색당은 국회 전원위원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2023년 4월 11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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