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김용균 사건,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부와 국회는 산재 예방을 위한 입법에 나서라.

녹색당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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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김용균 사건,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부와 국회는 산재 예방을 위한 입법에 나서라.

2018년 12월 10일 밤 10시 40분경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24세의 청년노동자였던 김용균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이송용 컨베이어벨트 상태를 점검하다 벨트와 롤러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후 그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 사용자의 책임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가 숨진 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사회적 울림을 만들어내 2018년 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됐고(일명 김용균법), 2019년 4월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가 구성됐으며 2021년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다. 또한 김용균재단이 설립됐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은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사건의 진상규명과 비정규직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사망한 지 5년 만인 오늘 7일 대법원의 형사재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김용균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원청 서부발전과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은 원청 법인에 대해서는 유죄(벌금 1천만 원)를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이마저도 무죄로 뒤집혔다. 하청 대표이사와 원·하청 임직원 10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주의의무와 산안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유죄 판결(집행유예)을 받았다.


컨베이어벨트 주변 안전장치나 ‘2인1조’ 작업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점이 사고원인으로 드러났으나, 원청인 서부발전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아니고 ‘산재 위험을 몰랐을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은 당시 개정 전 산안법으로도 원·하청 간 실질적 고용관계를 따져 원청의 산재 사망사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녹색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고 “진짜 사장”이 책임지지 않는 한국의 노동 현실 속에서 사후적 책임이라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결정을 규탄한다. 물론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쩌면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의 죽음을 막고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및 사망사고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진정으로 김용균 노동자의 희생을 제대로 추모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타살을 막지 못한 구조적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책무마저도 걷어찬 것이다.


2023년에도 한국에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렸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원청의 안전조치 의무를 규정했지만 책임의 주체가 경영책임자가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한정해 한계가 지적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지난해에도 사고 및 질병으로 인한 산재사망자는 총 2223명(하루 약 6명)으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김용균 노동자 사건이 일어난 2018년의 숨진 노동자가 2142명보다도 더 늘어났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 부담”이라는 이유를 들어 개정안을 발의하고 2년간 유예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또다시 2년 더 유예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마저도 정부의 사과와 구체적 방안 마련과 같은 얼토당토않은 조건을 근거로 동의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오는 10일은 청년노동자 김용균이 세상을 떠난 지 5주기가 되는 날인데 양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있었던 것이라면 이렇게 나올 수 없다. 여전히 산재사망의 약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도 김용균의 동료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와 원청의 책임 확인,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몸을 던져 싸우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정부와 국회가 보이는 행태는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하는 길을 깔아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녹색당은 정부, 사법부, 입법부 모두 유사한 죽음을 막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규탄한다. 김용균 노동자와 위험한 일터에서 일하다가 스러져간 영혼들의 영전에 최소한의 면목이라도 있다면, 정부와 국회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하루속히 적용되도록 노력하고 지금 당장 관련 법의 강화를 추진해야할 것이다.


2023년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