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재용 불법승계 무죄 판결에 부쳐: 경제정의 뒤흔드는 법원 판결 규탄한다


[논평] 이재용 불법승계 무죄 판결에 부쳐: 경제정의 뒤흔드는 법원 판결 규탄한다


어제인 2월 5일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녹색당은 촛불항쟁으로 진전된 경제정의의 상식을 뒤흔드는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이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불법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렸으며, 허위 정보 유포, 주주 매수, 국민연금을 상대로 한 불법 로비 등 각종 불법이 있었다는 것이다. 분식회계를 통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받았으며, 이 회장은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각종 뇌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은 어제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승계라는 점을 단정할 수 없다”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업무상배임에 대해선 “삼성그룹의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각종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021년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국정농단 판결).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회장을 위한 그룹 차원의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회장이 상속세를 내지 않음으로써 수조 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것 외에는 합병의 경제적 효과도 없었다. 대신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들은 삼성물산의 주식가치 하락으로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본 것이 명확히 확인된다. 이번 판결은 상급심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판단으로 전형적인 재벌에 대한 봐주기 판결로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관련 판결에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결했으나, 이에 대해 이번 1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가 위법·부당했는지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말장난으로 문제가 없다며 넘어갔다. 또한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 승계계획을 담은 ‘프로젝트 지(G)’ 문건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종합 검토한 보고서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사법부의 퇴행은 최근 주요 판결이 나오고 있는 사법농단 관련 판단으로도 확인된다. 이 회장 판결과 같은 날 선고가 있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도 일부 유죄가 선고됐지만 30여 개의 혐의 중 10개를 빼고는 모두 무죄로 판단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됐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의 재판개입 혐의 대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달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용된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으므로 남용할 직권도 없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가 반복됐다. 녹색당은 후퇴하는 사법정의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수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이들이 박영수특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활약하던 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 등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다.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사회정의는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이들이 주도해 기소했던,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주도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명박 정부의 군 댓글 공작을 지시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설 특별사면이 발표됐다. 확정판결 이후 불과 일주일만이다. 


촛불항쟁으로 촉발된 시민들의 사회정의에 대한 요구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의 경제정의, 사법정의 등으로 구체화됐다. 그런 동력을 통해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부의 정의구현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과거 재벌 총수에 대한 사건에서 검찰과 사법부가 합심하여 집행유예 최대치인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던 것을 빗대 ‘재벌3·5법칙’이라고 조롱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녹색당은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함께 퇴행한 경제정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2024년 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