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파괴적 협정, ‘메가톤급 FTA, CPTPP’ 가입 철회하라! 기후위기 앞에서도 이윤을 위해 생명을 담보삼을 것인가

녹색당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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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협정, ‘메가톤급 FTA, CPTPP’ 가입 철회하라!

기후위기 앞에서도 이윤을 위해 생명을 담보삼을 것인가


정부가 ‘시피티피피(CPTP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추진 중이다. 발음도, 뜻도 어려운 CPTPP는 멕시코,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2020년 기준 인구 5억 1천만 명(전세계 6.6%), 교역 규모는 5조2천억 달러(14.9%)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가입시, 상품개방율은 99%, 농산물 관세철폐율 96%, 수산물은 100%로, 사실상 전면 개방에 다름없는 최고 수위의 시장 개방이 될 것이다. CPTPP 가입은 재계의 요청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재작년 가입 검토를 지시했지만, 가입 신청 계획을 공표한 것은 지난 해 12월이다. 그런데 농어민들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표 후 5개월도 채 안 되는 올 4월 이내 가입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를 불과 한달 여 앞둔 시기에 사회적 논의과정도 대책 수립도 없이 위험한 협정을 이렇게 강행 처리할 것인가?

 

이전의 FTA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강도로 ‘메가 FTA’로 불리는 CPTPP는 피해 규모도 메가톤급이다. 특히 농업분야 피해는 치명적이다. 3월 25일 열린 CPTPP 가입 공청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입시 농업 생산 감소 규모가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5년간 농업 부문 피해는 총 7조 68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은 누가 보는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CPTTP가입과 시장 개방으로 GDP 0.33~.35%의 경제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제조업 부문 수출에선 15년간 연평균 6억~9억 달러, 생산은 1조 1800억~1조 82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입 이유는 지난 역대 정부의 국가개발론과 시장개방론의 논리와 똑같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수출과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농업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가 동시에 고조되고 있고 이는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긴급한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CPTTP 가입은 지금 수립해야할 위기 대응 정책과는 정반대로 역행한다.

CPTPP는 이전의 자유무역 조약들보다 훨씬 강력하게 자본의 공공정책 개입과 국가 사유화 및 주권의 무력화를 승인한다. WTO는 관세 및 비관세장벽, 수출보조금 등이 적용 대상이었지만 CPTPP 조약은 국내 규제 정책까지 대상으로 한다. CPTPP에 따라올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조항은 그동안 농민운동과 시민운동이 농업과 식량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만들어온 제도적 대안들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것이다. ‘농민기본법’도 ISDS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FTA는 농업이 가진 예외적 성격을 고려하여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와 같은 비관세 장벽은 인정하지만 CPTPP에서는 고려되지 않는다. 보다 엄격하고 높은 기준의 과학적 입증이 없이는 수입품에 대해 병해충 가능성이나 방사능 오염 등 이전 수준의 위생과 안전을 검역 기준으로 수입제한 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CPTPP가 허용하는 ‘역내 누적원산지 조항’도 식품수출기업에는 유리하고 생산 농민과 소비자들에게는 위험한 조항이다. 국내 식품수출업체가 중간 재료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쓰지 않고 CPTPP 회원국의 값싼 농산물로 대체해도 최종 상품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농업에 대한 최종 포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식량주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의 책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CPTPP 가입의 의미를 묻고자 한다. 농업이 시장 경쟁력에 따라 좌우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난 20년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경쟁력 있는 작물에 생산과 지원이 집중되면, 농지는 대규모 단작으로 황폐화되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며, 소농은 급속히 몰락하고, 농촌은 거대 농식품 기업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한다. 식량이 곡물 메이저 기업들의 투기자본이 되면, 생명을 먹여 살릴 씨앗은 전쟁의 씨앗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시장에서 치솟은 밀 가격이 국내 식품과 가계 경제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곡물자급률을 가진 나라가, 농업의 시장 종속과 식량의 투기화로부터 농업을 살리고 식량자급율을 높이는 정책이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더 먼 곳에서, 더 불안정한 경로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식량 수입 의존도를 높이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한번 가입하면 농업의 생태적 가치와 공공성을 지킬 마지막 주권적 수단까지 파괴해버리고 손쓸 수 없게 만들 독소조항이 가득한 위험한 조약을, 정권 말기에 이렇게 급하게 처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중차대한 협정을, 그 피해의 직접 당사자인 농민은 물론이고, 위험에 처하게 될 대다수 시민들조차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모르고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로, 정부와 재계의 동의와 찬성만으로 이렇게 졸속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에서 내세운 ‘임기 내 가입’이란 것은, 이 협정을 강행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기준도 될 수 없다.

 

내일(4월 13일) CPTPP 가입 저지 전국농어민대회가 열린다. 녹색당은 농민들의 CPTPP에 반대투쟁과 적극 연대하고 저지하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우리는 이 저항이, 자본과 기업 주도의 글로벌 농식품 산업 체제에 맞서 지역을 근거지로 시민과 연대하는 농업농민운동의 대항 전선이자 ‘자본 대 생명’의 최전선이며 기후정의운동의 최일선이라고 생각한다. CPTPP 가입 반대한다. 당장 철회하라!


2022.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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