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을지OB베어가 쫓겨나면 모두가 쫓겨난다.


을지OB베어가 쫓겨나면 모두가 쫓겨난다.


4월 21일 새벽 3시, 동이 트기도 전, 용역 70명이 들이 닥쳤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역사를 세운 6평 짜리 골목 안 작은 가게를 침탈하기 위해, 42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던 ‘서울미래유산'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 자리에서 늘 같은 가격과 모습으로 퇴근하는 노동자들, 귀가하는 시민들에게 시원한 한 잔을 허락하던 노포를 쓸어버렸다. 


무려 6번째 강제집행 이었다. 수차례 수모를 겪었지만 을지OB베어의 사장과 가족들 그리고 주변 상인들, 함께하던 활동가들은 여러 방식으로 가게를 지켰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라디오를 진행하며 여전히 이곳이 존재함을 세상에 알렸다. 이미 7개의 대형 호프집 주인이자, 을지OB베어가 속한 건물의 ‘건물주’인 만선호프가 대화에 나서길, 상생하길 요구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을지OB베어에게 돌아온 대답은 ‘강제집행'이었다. 


‘미래세대 에게 전할 100년 후 보물'이라는 서울미래유산, 중소기업벤처본부가 지정한 ‘백년가게' 였으나 을지OB베어는 현재 그 절반도 을지로에 발 붙이지 못하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양심껏, 성실하게 ‘항상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위로한 을지OB베어의 ‘미래'를 서울시는 무시하고 있다. 현재의 법체계로는 대항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서울에서 상인들이 쫓겨난 것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진작에 법 개정 방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울의 문화적 유산이자, 역사인 을지OB베어를 되찾기 위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갈등 중재에 나서고 상생방안을 모색하기를 촉구한다. 또한 서울에서 폭력적인 철거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계획하라. 녹색당은 상인들과 노동자의 땀이 피눈물이 되지 않도록 곁을 계속 지키겠다.  


2022년 4월 26일

녹색당



녹색당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