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많은 ‘시장’ 대신, 더 민주적인 ‘공공’이 필요하다.
인수위의 에너지정책 정상화 5대 방향에 부쳐
윤석열 인수위가 지난 4월 28일,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을 발표하였다. 대선 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났던 핵발전 확대 정책 이외에,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전반적 방향이 명확히 드러났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핵발전과 함께 하는 녹색성장”이다. 14년 전 이명박 정권의 녹색성장 기조로의 회귀이고,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 기조의 변주다. 요란했지만 성과가 미비했던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은 초라하게 퇴색했고, 지난 대선에서 신월성 3, 4호기 공사 재개와 소형핵발전소(SMR) 정책으로 거대 보수 양당은 사실상 차별성을 잃었다. 탈핵을 흉내내는 녹색성장이냐, 아니면 핵발전을 대놓고 지지하는 녹색성장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선택지가 이 둘 안에서만 머물 이유는 없다.
요란한 핵발전 정책과 마지못해 덧붙인 탄소중립 정책 뒤에, 윤석열 정부가 조용히 숨겨둔 칼날은 “에너지 민영화” 정책이다. 전력이라는 공공 서비스를 민간 기업의 이윤 창출 수단인 상품으로 변모시키는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 명분은 탄소중립을 배경으로 한 ‘에너지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다. 지금까지 제대로 안 된 것은 한전의 판매 독점 탓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장을 개방하여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이 돈을 벌 수 있으면 효율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가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명분으로 법제화한 PPA(전력구매계약)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한전만이 아니라 민간기업도 전기를 팔아야 에너지 수요가 효율화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만들어 낸 PPA 틈새로 국민의힘이 민영화 홍수를 일으킬 태세다.
녹색당은 한국 개발주의의 기관차였던 한전의 공급주의 형태가 빚어낸 비민주적이고 반생태적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값싼 전기의 안정적 공급을 명분으로 국내외의 ‘에너지 식민지’에 막대한 비용과 피해를 전가해왔다. 이에 저항하는 수많은 싸움 속에서 한전은 국가 폭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한전의 일을 민간 기업에게 넘긴다고 나아질 것은 없다. 국가 폭력은 자본의 폭력으로 더욱 가혹해질 것이다. 또한 이윤 추구의 민간 기업으로 바꾼다고 해서 에너지 수요 관리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거라 믿기 힘들다. 전력을 많이 팔면 이윤이 증가하는 상품으로 만든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전력 소비량 감축은 더 어려워진다. 오히려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서비스 질을 낮추려는 동기만 강해질 것이고, 그나마 공공의 통제마저 사라질 뿐이다. 시민들이 생산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고 부자가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더 많이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에너지 민주주의’라 주장한 환경단체 출신의 모 민주당 의원은 틀렸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이미 에너지 민영화 흐름은 이미 공공 부문을 상당히 잠식하였다. 발전량의 30%는 포스코, SK, GS와 같은 대기업들의 LNG와 석탄발전소가 차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대부분도 해외 자본을 동원한 민간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논평에서 이미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경고한 바 있다. 민간 기업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 속에서 그들은 사회적 부를 손쉽게 가로채 배를 불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전소의 각종 업무들이 외주화되고 민영화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장’이 아니다. 녹색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정책 만큼이나 ‘에너지 민영화’ 정책을 단호히 반대한다.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공공’ 부문이 시장에 맞서 더욱 튼튼해지고 더욱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시민과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탈탄소 전력산업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의 LNG와 석탄 발전소들은 국유화하여 조속히 폐쇄하며, 해당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은 ‘보상’이 아니라 ‘책임’을 묻는 것이어야 한다. 간헐성을 가진 재생에너지 설비의 확대와 운영, 그리고 지역적 수요의 관리를 위한 능동적인 배전망 운영 등을 위해 지역 공기업도 적극 활용해야 하며,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에너지 협동조합과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모든 과정에 대한 시민과 노동자의 민주적 참여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 ‘에너지 민주주의’다.
2022년 5월 2일
녹색당
더 많은 ‘시장’ 대신, 더 민주적인 ‘공공’이 필요하다.
인수위의 에너지정책 정상화 5대 방향에 부쳐
윤석열 인수위가 지난 4월 28일,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을 발표하였다. 대선 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났던 핵발전 확대 정책 이외에,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전반적 방향이 명확히 드러났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핵발전과 함께 하는 녹색성장”이다. 14년 전 이명박 정권의 녹색성장 기조로의 회귀이고,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 기조의 변주다. 요란했지만 성과가 미비했던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은 초라하게 퇴색했고, 지난 대선에서 신월성 3, 4호기 공사 재개와 소형핵발전소(SMR) 정책으로 거대 보수 양당은 사실상 차별성을 잃었다. 탈핵을 흉내내는 녹색성장이냐, 아니면 핵발전을 대놓고 지지하는 녹색성장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선택지가 이 둘 안에서만 머물 이유는 없다.
요란한 핵발전 정책과 마지못해 덧붙인 탄소중립 정책 뒤에, 윤석열 정부가 조용히 숨겨둔 칼날은 “에너지 민영화” 정책이다. 전력이라는 공공 서비스를 민간 기업의 이윤 창출 수단인 상품으로 변모시키는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 명분은 탄소중립을 배경으로 한 ‘에너지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다. 지금까지 제대로 안 된 것은 한전의 판매 독점 탓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장을 개방하여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이 돈을 벌 수 있으면 효율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가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명분으로 법제화한 PPA(전력구매계약)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한전만이 아니라 민간기업도 전기를 팔아야 에너지 수요가 효율화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만들어 낸 PPA 틈새로 국민의힘이 민영화 홍수를 일으킬 태세다.
녹색당은 한국 개발주의의 기관차였던 한전의 공급주의 형태가 빚어낸 비민주적이고 반생태적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값싼 전기의 안정적 공급을 명분으로 국내외의 ‘에너지 식민지’에 막대한 비용과 피해를 전가해왔다. 이에 저항하는 수많은 싸움 속에서 한전은 국가 폭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한전의 일을 민간 기업에게 넘긴다고 나아질 것은 없다. 국가 폭력은 자본의 폭력으로 더욱 가혹해질 것이다. 또한 이윤 추구의 민간 기업으로 바꾼다고 해서 에너지 수요 관리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거라 믿기 힘들다. 전력을 많이 팔면 이윤이 증가하는 상품으로 만든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전력 소비량 감축은 더 어려워진다. 오히려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서비스 질을 낮추려는 동기만 강해질 것이고, 그나마 공공의 통제마저 사라질 뿐이다. 시민들이 생산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고 부자가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더 많이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에너지 민주주의’라 주장한 환경단체 출신의 모 민주당 의원은 틀렸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이미 에너지 민영화 흐름은 이미 공공 부문을 상당히 잠식하였다. 발전량의 30%는 포스코, SK, GS와 같은 대기업들의 LNG와 석탄발전소가 차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대부분도 해외 자본을 동원한 민간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논평에서 이미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경고한 바 있다. 민간 기업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 속에서 그들은 사회적 부를 손쉽게 가로채 배를 불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전소의 각종 업무들이 외주화되고 민영화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장’이 아니다. 녹색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정책 만큼이나 ‘에너지 민영화’ 정책을 단호히 반대한다.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공공’ 부문이 시장에 맞서 더욱 튼튼해지고 더욱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시민과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탈탄소 전력산업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의 LNG와 석탄 발전소들은 국유화하여 조속히 폐쇄하며, 해당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은 ‘보상’이 아니라 ‘책임’을 묻는 것이어야 한다. 간헐성을 가진 재생에너지 설비의 확대와 운영, 그리고 지역적 수요의 관리를 위한 능동적인 배전망 운영 등을 위해 지역 공기업도 적극 활용해야 하며,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에너지 협동조합과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모든 과정에 대한 시민과 노동자의 민주적 참여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 ‘에너지 민주주의’다.
2022년 5월 2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