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간호인력 확충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연대하자 - 국제간호사의 날에 부쳐


간호인력 확충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연대하자

- 국제간호사의 날에 부쳐


국제간호사의 날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일인 5월12일을 기념하기 위해 국제간호협의회(ICN)가 1972년 제정했다. 올해 국제간호협의회가 정한 국제간호사의 날 주제는 ‘간호사,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라-글로벌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간호에 투자하라’다. 간호사들은 대중들로부터 많은 인정과 찬사를 받고 있지만, 정부와 보건의료 시스템으로부터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동감하고 지지한다.


현재 한국에서 <간호법> 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51년 제정된 한국의 <의료법>은 간호사의 임무를 ‘환자의 요구에 따른 간호’,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만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 의료법은 다양해진 간호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다분히 의사 중심적이라는 비판에 수긍이 된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간호사들은 전문의료인으로 인정받으며 1차 의료를 수행한다. 한국에서도 의사가 미처 감당하지 못하는 업무를 PA(Physition Assistant)라는 이름으로 간호사들이 일부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법제도의 미비는 단지 간호사-의사와의 위계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보건의료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직종의 의료/보건/돌봄노동자 역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계적인 구조에서 고통받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채 위계적인 관계를 강요하는 현행 의료법을 고집한 채, '간호법'이라는 특정보건의료직종의 법을 요구한다는 자체를 불편해 하고 있다. 심지어  의료시스템을 붕괴할 악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현재 의협 등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장하는 조항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되었지만, 의협 등은 여전히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성실한 이해가 필요하다. 코로나 판데믹을 통해서 똑똑히 보아왔듯, 간호사의 헌신은 감염병으로부터 모두의 생명을 지켜왔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사회적 인정, 권한의 보장, 지원과 보상을 하지 않은 채 계속 헌신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가 시작되었고 코로나 판데믹과 같은 새로운 감영병의 등장과 확산은 필연적이다. 다시 그런 일과  마주할 때, 한국 사회는 간호사들에게 똑같은 헌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간호사만이 아니다. 또다른 위기에도 다른 모든 의료/돌봄 노동자들의 헌신을 마냥 기대할 수 있을까? 염치 없는 일이고 사회의 존속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국회의 ‘간호법’ 논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간호사, 의사, 간호조무사들 사이의 직역을 두고 다투는 것이 우선적 쟁점일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인가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 청원이 이루어졌던 <간호인력인권법> 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현재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간호협약 149호를 비준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강제노동금지 협약과 더불어 아직도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간호사를 비롯한 요양보호사 등 최일선에서 돌봄과 간호에 힘썼던 모든 노동자들, 특히 불안정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하고 동일한 근무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녹색당은 보건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의료노동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런 헌신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편중된 권한과 책임을 나눠지는 것이 필요하며, 바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간호사를 비롯한 수많은 직역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일터인 병원에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충분한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환자 당 간호사의 비율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라는 것이 현장의 요구다. 또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인력은 정규직이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어야 하며, 더불어 노동조건의 향상도 필요하다. 


2022년 5월 13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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