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제는 국회가 유가족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논평] 이제는 국회가 유가족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등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지난 14일부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어제인 20일까지 159시간 비상행동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주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은 올해 최고의 한파와 폭설에도 불구하고 국회 담장을 따라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본회의 눈바닥에 몸을 던지며 2022년 10월 29일 희생된 자녀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가족들의 외침에 국회는 제대로 답해야 한다.


이번 오체투지는 12월 20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진행됐다. 지난 6월 말 패스스트랙으로 지정된 특별법은 11월 29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로 60일 후인 내년 1월 말 자동 상정되지만, 법안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을 앞두고 통과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날짜가 이틀 더 있으나, 쌍특검법 등의 논란으로 20일 처리되지 못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


최근 이태원참사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상황을 보면 박희영 구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와 공무원 실무자들은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든 사안에 대해 무조건 모른다고 우겨야 ‘위험에 대한 인식’과 ‘예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 구성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0일 용산경찰서장의 재판에서 허위 상황보고서가 작성된 CCTV 화면에 대해서도 관련 증인들은 입을 맞춘 듯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심지어 판사마저도 “내용을 몰랐다는 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 무엇을 감추려는 태도냐”고 다그쳤다고 한다. 심지어 조사 초기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형사처벌만을 염두에 둔 수사에만 의존하다보니 “시스템이 없다”는 얘기만 하는 실무자의 진술은 들어도, 사고 예방과 대비가 되지 않은 이유나 사고발생 시 정확한 책임 관계가 설정되지 않은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본회의에는 특별법이 상정되지도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사고 원인이 규명됐다”(이만희 의원)며 추모와 피해자 지원 위주의 진상규명 내용이 완전히 빠진 특별법을 별도로 발의했다. 당사자들이 아직 의혹 이외에는 무엇 하나 확정된 것이 없다고 길거리에서 외치는데, 따뜻한 의원실에 앉아 피해자를 단순한 지원과 보상의 대상으로 축소시키는 이런 법을 발의한 것 자체가 참사 희생자와 당사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이 지난 8월 31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이후 90일간 한 차례의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하게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특별법 통과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 역시 이미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약속했던 만큼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참사 1주기 전에는 통과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유가족들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다면 오늘이라도 이들의 외침에 귀기울여야한다. 민주당이 이태원참사에 진정성이 있다면 다음 본회의인 12월 28일에는 정쟁의 대상인 쌍특검법이 아니라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최우선 처리해야 한다.


사회적참사가 발생했을 때 명명백백한 진상규명은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돼야할 과제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어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배보상 및 피해자 지원 역시 완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참사의 피해자들은 일관되게 다른 어떤 것보다 제대로 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외쳐온 것이다. 녹색당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사회적참사의 진정한 진상규명을 위해 계속 거리에 설 것이다. 


2023년 12월 21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