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난민제도 통째로 갈아엎어라! -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논평] 난민제도 통째로 갈아엎어라! 

-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오늘(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난민법을 시행한지도 30년이 넘었지만, 한국 난민인권의 현실은 퇴행만 거듭하고 있다. 2023년만 해도 한국의 난민신청자는 역대 최대인 18,838명에 달했으나, 난민인정자는 겨우 101명에 그쳤다. 


난민심사는 난민신청자의 사정을 충분히 청취해, 누구라도 억울하게 송환되는 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그 취지이자 원칙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난민심사는 신청자의 실수를 찾아내려 애쓰고, 주장을 의심하는데에 주력한다. '가짜 난민'을 색출하겠다는 처벌적 관점이 명백하다. 한국의 난민인정율이 OECD 꼴찌를 다투는 이유다. 


이런 관점으로 인해 한국에 오는 난민들은 난민 신청을 자격을 얻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한국은 난민이 입국시 회부 결정을 받지 못하면 난민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를 시행중이다. 불회부 결정을 받으면 본국으로의 강제송환이나 공항에서의 무기한 대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회부율은 고작 36%로 불회부될 경우 유일한 구제책은 장기간 출입국항에 머물며 행정소송을 하는 것이다.


부정한 의도는 난민신청자와 난민재신청자의 처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난민신청자의 체류자격인 G-1은 황당하게도 신청자들로 하여금 6개월간 취업을 금지해 생존을 옥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몰래 취업했다 적발될 경우 강제추방된다. 6개월을 악착같이 버티더라도 대부분 난민인정심사에서 탈락해 결국 추방된다. 


난민재신청자의 생존권 또한 기로에 서있다. 난민재신청자는 심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거나, 타 비자로 입국한 이후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이다. 다른 외국인이나 내국인이라면 당연했을 의료서비스나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등의 이용이 이들에게만 가로막힌다. 취업은 일체 금지되고, 3개월 마다 출국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역시 추방된다. 사실상 체류가 어렵도록 만드는 압박의 수단이다. 


현행의 제도는 한국의 난민 지위를 마치 대단한 혜택마냥 심사하고, 시혜하듯 내어준다. 하지만 어려운 확률로 난민지위를 인정받더라도, 난민/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 속에서 노동, 육아, 학업 등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난민제도는 난민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폭력적이기에, 일부만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를 고쳐내야 한다. 


전문심사 인력과 이의제기권 도입 등 절차를 획기적으로 바꿔 난민심사를 처벌적 관점이 아니라 인도적 관점으로 재정립하고 난민인정범위를 늘려야 한다. 또한 난민신청 6개월 이후 부여되는 취업허가권을 난민신청시점부터 허용하여 생존을 보장하며, 난민신청자가 처할 수 있는 경우를 폭넓게 고려하여 생계비와 의료지원 뿐만 아니라 언어 및 정착 지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전 지구적으로 전쟁위기와 기후위기가 가속하고 있는 만큼, 난민의 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살상무기를 수출하고 탄소 배출 10위권을 기록하며 지구적 기후위기를 가속화해온 한국에도 책임이 크다. 모든 이들의 체류권과 생존권이 보장되는 사회, 존재가 단속되지도 추방되지도 않는 사회가 절실하다. 사회가 난민을 당연한 구성원으로서 환대할 그 날까지, 녹색당은 평등의 정치를 멈추지 않겠다.


2024년 6월 20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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