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재생에너지, 녹색 민영화 막아내자. 태양과 바람은 21세기의 석유가 되어선 안된다

녹색당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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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녹색 민영화 막아내자

태양과 바람은 21세기의 석유가 되어선 안된다



최근 국내 에너지·인프라에 대한 해외자본과 금융자본 진출이 심상치 않다. 녹색에너지 개발·투자 전문기업인 ‘맥쿼리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도 부산 청사포와 다대포, 기장, 해운대, 거문도, 맹골도 등에서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상풍력만 전담하는 별도 법인 코레오를 만들어 초기단계 프로젝트 발굴부터 개발·건설·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세계 최대 금융투자자본인 블랙록도 실물자산 투자본부 블랙록 리얼에셋을 통해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개발사 중 하나인 크레도 홀딩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에 뛰어들었다. 정부에서 한국형 그린뉴딜의 대표 모델로 홍보한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는  맥쿼리GIG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석유기업인 쉘과 토탈 등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가 광주 시민사회의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광주와 전남 8개 지역에 가스를 공급해온 ㈜해양에너지를 인수했다. 경북 도내 2개 지역 약 13만여 가구에 가스를 공급해온 ㈜서라벌 도시가스도 함께 인수했다. 과거 맥쿼리는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 수익형 민간투자사을 통해 높은 요금과 과도한 최소수익운영보전(MRG)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맥쿼리는 채무 적자를 핑계로 요금인상을 요구하다 반대에 부딪치자 투자를 철수하여 ‘먹튀’ 자본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가장 잘 실천하는 금융자본이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각에서 이것을 탄소중립이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투자’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스 민영화에는 반대하면서 재생에너지는 ‘녹색 민영화’라 괜찮다고 할 수 있는가.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금융자본의 투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그곳에 회수될 ‘투자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평화로운 에너지로 기대되었던 재생에너지가 전 국토를 전쟁터로 만들고, 태양과 바람도 화석연료처럼 약탈적으로 채굴하는 현재의 모습도 더 빨리, 더 높은 투자 수익을 회수하려는 금융자본의 생리와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 해상풍력 발전 전략 발표회에서 ‘바닷바람은 21세기의 석유자원’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을 결코 21세기의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으로 만들어선 안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이 아니라 금융자본이 에너지와 공공자원 및 인프라의 개발·소유·운영 주체가 된다는 것은 에너지 공공성 및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에너지의 사유화와 독점은 곧 권력의 독점으로 연결되고, 이는 기후위기를 야기한 성장주의와 자본의 지배체제를 더욱 강화한다.


올해는 2002년 민영화 반대 파업 20주년이 되는 해다. 무제한적 이윤 추구와 성장주의에 맞서 생명의 권리와 터전을 지키고자 녹색당이 창당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에너지 사유화를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에너지 전환은 시급한 일이지만, 그럴수록 ‘더 많이, 더 빨리’라는 전환의 양적 목표와 속도를 ‘더 민주적으로, 더 공공적으로’라는 원칙에 종속시켜야 한다.  녹색당은 재생에너지가 자본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에너지, 부자의 투자수단이 아니라 민중의 대안 에너지가 되도록 금융자본의 자원약탈과 사유화에 맞서 싸울 것이다. 태양과 바람까지 투자 상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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