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스라엘-미국-한국 정부는 학살을 지속하는 피의 고리를 끊어라!


[논평] 이스라엘-미국-한국 정부는 학살을 지속하는 피의 고리를 끊어라!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 공습과 지상전으로 심각한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지 정확히 한 달이 되는 지난 11월 6일 기준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사망자는 1만 명을 넘었다. 민간인 사망자의 40%는 아동이다. 이스라엘군은 난민촌과 병원, 학교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이어왔으며, 11월부터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본격적인 시가전을 시작하고 있다. 엄청난 추가 민간인 피해 우려가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민간인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전과”를 자랑하고 있다.


이 와중에 11월 8~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하여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에 대해 규탄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강력하게 규탄받아야 할 대상은 오히려 무차별적인 학살과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이스라엘 정부와 이들에 대해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미국 정부, 그리고 미국에 종속된 외교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 정부이다.


팔레스타인 땅에서의 폭력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국가의 역사가 곧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폭력의 역사였다. 이스라엘에 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난 1948년의 나크바(Nakba)가 이스라엘의 건국과 동시에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4차례의 중동전쟁이 이어졌으며, 이어진 민중봉기인 1~2차 인티파다(Intifada)의 역사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학살과 아파르트헤이트가 강화되는 과정이었다. 인권단체들은 가자지구를 가리켜 ‘야외 감옥(open-air prison)’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해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책임은 당사자인 이스라엘에 못지않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오랜 기간 핵무장을 하는 데 묵인 및 방조했고, 연평균 3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 초에 미 의회에서 통과된 143억 달러(약 19조) 규모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 예산안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방조한 미국 역사의 최신판일 뿐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핏대를 세우며 비판하고 제재를 남발하니 이런 조치가 자신들의 지정학적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미국의 논리를 과연 누가 믿을까?


한국 정부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와 무기 거래를 지속하며, 지난 10월 말에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팔레스타인 휴전 결의안에 대해 기권했다. 이러한 결정은 중국과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신냉전적 구상에 한국 정부가 편승해온 결과다. 윤석열 정부는 앞선 8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대만 등 동아시아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한미일 동맹강화의 일환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방조했으며, 올해 초 미 해군에 의해 온라인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 적힌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탄약(살상무기) 지원은 국내 언론의 탐사보도를 통해 기정사실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도 토요일에 진행된 집회로 이스라엘 대사관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며 불허한 바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조건 없는 무기 제공을 약속했고, 지난 10월 지중해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제럴드 포드 등 2개 항공모함 전단을 전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조기 휴전 역시 반대해오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이후 이어진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동아시아 등 세 군데 전선의 국제분쟁에 모두 개입할 여력이 없다. 분쟁이 격화될수록 엄청난 인명피해와 비극이 발생한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미국의 냉전적, 신제국주의적 국제전략과 거리를 두고 인권과 평화를 위한 외교정책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작년 2월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3년 9월 초까지 약 1년 8개월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가 총 9,600여 명이다(유엔고등인권사무소). 생명의 무게를 총량으로만 계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한 달 만에 더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즉각적인 중단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학살과 인종청소에 가까운 공격을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함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독일에서 ‘신호등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 녹색당은 지난 10월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며, “이스라엘 민족과 국가에 연대감”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녹색당은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함께 외친다. 이스라엘 정부는 폭격과 지상군을 통한 가자지구 공격과 봉쇄를 즉각 중단하라! 또한 가자지구 등의 군사점령지에서 당장 철수하라!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당장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휴전을 촉구하라!


Stop the Genocide! Free Free Palestine!


2023년 11월 10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