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해외 에너지 의존, 언제까지 취약성을 외면할 것인가


해외 에너지 의존, 언제까지 취약성을 외면할 것인가

전기요금 ‘동결’ 과 유류세 인하 검토에 부쳐


한전이 이번 분기의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들은 애초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동결’이라고 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연계된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는 한전에 막대한 적자를 낳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대선에서는 전기요금 인하를 내걸었지만,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 결정은 현 정부의 몫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탈핵 정책을 요금인상의 원인으로 몰았지만, 현재 한전의 적자를 그 탓이라 말하기 곤란하고 놔두기도 어려우니 상황을 슬쩍 피한 셈이다. 현 정부는 추가 인상안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당선자의 체면을 세워주며 마무리했다. 


정권 교체기의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밀당’으로만 바라 볼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석탄과 가스에 의존한 전력 생산․공급 비율이 여전히 절대적인 상황을 근본적으로 봐야 한다. 석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송 부문의 해외 의존도는 더욱 크다. 국제유가가 올라가면서 전력 생산 비용과 휘발유 ․ 경유 가격도 함께 올라가면서, 국민경제와 물가에 빨간불이 켜진다. 그러면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유류세를 인하한다. 이는 무엇보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지만, 가계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정부의 속 깊은 결정이라 간주되기도 한다. 전기요금 인상 폭을 제한한 정부는 이미 작년 11월 유류세를 일시적으로 20% 인하하고, 다시 10%를 추가 인하할 카드를 만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 관행이 기후위기 시대에도 여전히 유지되어야 하는지, 혹은 유지될 수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런 관행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도록 만들어 결국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하거나 혹은 증가시키는데 기여한다. 정부는 국민 경제 그리고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전기요금과 유류세를 관리하지만, 그 결정에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낮추는 방안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고려되지 않는다. 2020년 9월 국회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비상상황 대응 촉구문>는 잊혀진지 오래다. 정부는 화석연료 수입 ․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하고 축소시키려는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만큼 화석연료 의존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는 만큼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전기요금과 유류세 등 주요 정책 수단이 국제유가에 맞춰 억지 춤을 추는 것도 줄게 된다.


녹색당은 이제 화석연료 수입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감축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긴급한 온실가스 감축을 가능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해외 에너지원 의존에 따른 한국 사회의 취약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화석연료을 수입하며 한국사회가 행하는 지구적 부정의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민중들이 자국 침략의 자금이 되고 있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중지해달라는 요구에 응할 수 있다. 이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민영화된 에너지산업을 국유화하는 방법까지 강구해야 한다. 이는 수많은 이들이 처한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윤을 뽑아내고 있는 에너지기업들의 부정의를 바로잡는 방법이기도 하다.


2022. 3. 30.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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