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재벌의 나팔수,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재벌의 나팔수,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겨레>가 최근 보도한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목록을 보면,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 등 고용 유연화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노사관계 분야에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신설이, 산업안전 분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업장 안전 규제 중복 해소 등이 들어가 있다.


요약하자면,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고,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죽어도 사용자의 책임은 없으며, 파업 시 노동자의 자리는 다른 불안정노동자의 노동력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간 재벌과 사용자단체가 요구했던 바를 살뜰하게 녹여냈다. 그동안 역개 정권에서 형식적이나마 경제사회노동위원회등을 통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시늉이라도 해왔던 것조차 다 내팽겨칠 기세다. 앵무새처럼 노동규제 완화를 외쳐왔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중이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와 노동부마저 패싱한 채,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이 ‘덩어리규제’로 치부되어 ‘사용자가 허락한 쟁의’, 타파해야 할 악습으로 정의된 것이다. 


한 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노동자에게 수천억의 구상권을 들이밀고, 누군가 임금을 탈취했지만 공공기관 원청은 그깟돈 5만원은 하청업체의 책임이니 본인의 책임이 없다고 한다. 39도에 달하는 물류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해달라고 하니 들어줄 수 없다며 직원을 해고한다. 이미 돈이 최고인 세상은 가장 낮은 자에게만 가혹하지만 그조차도 사용자의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정부가 재벌의 민원창구를 자처하며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는 ‘배포’와 ‘아량’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의 삶의 평안과 행복은 누군가의 헌신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1000만 비정규직 사회에서 녹색당의 책임은 착취와 희생을 강요당한 이들의 곁을 지키며 빼앗긴 권리를 쟁취하고 옹호하는 일이다. 반복되는 파탄적 정책, 브레이크 없는 ‘좋아, 빠르게 가!’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 정부는 재벌의 나팔수 노릇이 아닌 지금 당장 비정규직 철폐, 지금 당장 노동권 강화, 지금 당장 기본소득을 도입하여 시민의 위태로운 삶을 지켜야 한다. 녹색당은 물신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타파하고, 내 자리가 있는 삶을 지켜내는 체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2년 8월 11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