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지구적 기후 부정의와 식민주의가 일으킨 리비아 대홍수 참사 리비아 민중에 조의와 연대를 표한다


[논평] 전지구적 기후 부정의와 식민주의가 일으킨 리비아 대홍수 참사

리비아 민중에 조의와 연대를 표한다


지난 9월 11일 새벽, 탁류가 리비아 북동부의 항구 도시 데르나를 덮쳤다. 열대성 폭풍에서 기인한 폭우가 한창 건기 중에 있는 리비아 지역에 집중해서 내린 이상 기후의 결과였다. 9월 평균 강수량이 1.5mm에 불과한 데르나에 단 하루만에 400mm의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고, 갑자기 불어난 수량을 견디지 못한 상류 댐 2개가 연달아 무너졌다. 댐이 붕괴된 이후 90여분 만에 도시의 20% 이상이 잠겼고, 17일 현재 11,300명의 사망자 포함 만 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매체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내전과 권력 갈등, 민중의 안녕은 안중에도 없는 권위주의적 정치의 행정 역량 부족과 댐 등 인프라 관리 부재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폭우가 아니었으면 이런 점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리비아 대홍수 참사는 점증하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무서운 재난으로 닥칠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피해를 받은 리비아 주민들은 기후위기를 야기하지 않았다. 리비아는 산유국임에도 2021년 기준 연간 7400만톤의 탄소만을 배출했는데, 이는 같은 시기 한국의 배출량 6억톤의 16%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전 지구적 북반구의 탄소 배출로 인해 남반구 주민들이 참사를 겪게 된 기후 재난인 것이며, 이는 기후 부정의의 단적인 모습이다. 


더 나아가 이번 대참사에는 식민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우리는 직시한다. 1969년 가다피의 등장과 함께 리비아가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자 미국은 시시탐탐 ‘개입’의 기회를 노렸고 1986년에는 가다피를 살해하기 위한 폭격까지 감행했다.그러다 2011년 ‘아랍의 봄’이 터지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극단 이슬람 세력 IS가 득세하자 미국과 나토(NATO)는 리비아 내전에 개입했다. 가다피 정권의 독재정치와 인권탄압은 옹호될 수 없지만, 내전 개입 및 전쟁 확대로 많은 주민들이 희생되었다. 강대국들은 희생을 최소화하는 평화적·외교적인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기 보다 군사력 사용을 선택했다. 


이후 리비아는 끊임없는 내전과 불안정, 행정의 공백을 겪게 되었고 그 결과 이번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리비아의 위기 관리 능력이 부재한 것이 대참사의 한 원인이었다면, 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리비아 석유를 향한 미국과 북유럽의 탐욕과 제국주의적 침략인 것이다. 


이처럼 국경을 넘어 저개발 국가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고 신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따르지 않는 나라에 대해 각종 제제와 압력, 심지어 침략까지 일삼는 식민주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의 위험과 비용도 이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데르나에서 발생한 참혹한 죽음에 대해 우리도 책임 있는 응답을 해야하는 이유다.


녹색당은 리비아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빌며, 국제적 위계의 연결 고리 속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미약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리비아 민중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한다. 


지난 6월, 녹색당은 세계녹색당총회를 마치며 “기후위기에서 기후정의로, 모두를 위한 녹색정치”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녹색당은 ‘모두’에서 밀려나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와 연대하는 것을 요체로 삼는 정의로운 녹색정치를 펼쳐나갈 것을 다시금 다짐한다.


2023년 9월 18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