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논평] 궁중족발 임차상인 저항에 유죄판결을 한 재판부에 묻는다

서울녹색당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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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임차상인 저항에 유죄판결을 한 재판부에 묻는다

- 법은 임차상인의 생존 앞에서 무엇을 했는가


생존을 건 임대차 분쟁의 최전선이었던 ‘궁중족발’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6년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의 건물주가 바뀐 이후, 7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사해온, 평범했던 임차상인 김우식 씨의 일상은 ‘전쟁'이 되었다. 새 건물주는 3000만 원에 297만 원이던 보증금과 월임대료를 각각 1억 원과 1200만원으로 올리기를 요구했고, 김우식 씨가 이를 거부하자 명도소송을 내고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2018년 6월까지 12차례의 강제집행이 시도되었고, 그 과정에서 김우식 씨는 손가락이 반 절단되는 상해를 입었다. 수많은 활동가와 시민들이 각종 위협과 압박을 견디며 함께 자리를 지켰으나, 결국 강제집행은 성사되었다. 궁중족발 사건을 계기로, 임차상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사회적 공론에 올라 2018년 9월, 법개정이 이루어졌다. 


한편, 건물주는 공무집행방해죄와 부동산효용침해죄 등으로 김우식 씨와 함께, 그와 연대한 활동가들을 닥치는대로 고소·고발했다. 작년 9월에는 검찰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김우식 씨 등 9명을 기소했다. 그리고 그저께(1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를 선고했고, 궁중족발에 연대했던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들모임(맘상모) 대표 및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을 비롯한 16명의 활동가들에게도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묻는다.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오랜 시간 생계를 위협받는 투쟁에 나설 임차인이 있겠는가. 또한, 가능한 절충안이 있다면 굳이 임대인과 힘겨운 법적 공방에 나서기보다는 부당함을 조금 감수하더라도되도록이면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더 오래 하기 위해 임대인의 요구를 들어주고 마는 것이 보통의 임차인일 것이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보증금을 3배 이상, 월세를 4배 이상 올리는 비상식적인 갑질이 어느 누구든 견뎌야 마땅한 일인가. 억울한 상인에게 법은 아무런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했고, ‘합법적'인 강제집행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비법적인 연대가 불가피했다.


궁중족발은 있는 그곳에서 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은 수많은 임차상인의 이름이다. 지금도 서울에서는 임대차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끈질긴 당사자들의 싸움으로 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강화되었지만, 보호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 5% 상한제를 둔다고 해서, 건물 소유주에 대해 임차인이 놓이는 불안하고 부당한 처지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법은 임차상인의 생존의 위기 앞에서 대체 무엇을 했는가. 법, 제도가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폭력을 행사해 기어코 그의 생계를 앗은 꼴이다. 지금의 법이 궁중족발 투쟁을 불법이라 한다면, 정치의 역할은 그 부당한 법과 판결을 바꾸는 일이다. 서울녹색당은 기꺼이 그 정치의 소임을 지고자 한다. 정치권의 폭넓은 연대를 요청한다. 


2022. 2. 28.

서울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