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참사 현장에도, 참사 이후에도,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녹색당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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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에도, 참사 이후에도,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네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다음에 안으로 저기 들어오게 해줘야죠.” (10월 29일 18:34 신고 녹취록)


알렸다. 압사 사고 일보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제발 정리‧통제해 달라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는 없었다. 


당일 이태원 일대에서는 모두 79건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투입된 경찰은 겨우 137명, 그나마 정복을 입은 경찰관은 58명뿐이었다. 사고 현장과 약 1.5km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는 1,100여 명의 경찰이 있었지만 9시쯤 모두 철수해 버렸다.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당당하게 보고했다. “코로나 이전보다 많은 137명을 배치했다”라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경찰법 제2조)하고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관리”(경찰법 제4조)를 맡아야 할 경찰은 임무를 저버렸고, 바로 그것이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청장의 발언처럼 단지 현장대응의 미흡에만 있지 않다. 책임을 아래로 아래로 전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현장과 지휘부, 시스템까지 모든 차원에서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10만 명 인파를 예상하고도 부구청장에게 대책 회의를 맡겼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주최자가 없으니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전략적인 준비”는 다 했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의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아니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참사의 원인으로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다고 말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집회나 모임에 시정해야 할 것이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며 되려 시민들을 꾸짖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자회견에서 “10만 명이 모여도 이념 차이 없다면 리스크 없다”라는 망언을 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을 해대는 이 모두가 이태원 참사를 낳은 가해자들이다. 참사와 망언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끓어오르자 이들 모두는 참사 나흘째 일사불란하게 ‘사과 모드’로 전환하며, 특별 기구를 세우겠다, 감찰과 수사를 병행하겠다, 진상 규명 후 거취를 고민하겠다는 등의 말을 늘어놓고 있다.

시민들은 외친다. 그런 인식으로 원인 규명과 대책을 세울 심산이라면 필요 없다.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은 본인들이 책임을 묻고 떠넘길 위치가 아니라 직에서 물러나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를 받아야 할, 직접적 책임자라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해외출장을 나갔다 돌아온 지 사흘이 되어서야 사과 대열에 동참해 눈물을 흘리는 서울시장, 참사를 이야기하는 기자회견에서 농담을 던지는 국무총리, '격노'할 뿐인 대통령은  당장 사과하고 본인들이 있는 자리가 무슨 일을 해야하는 자리인지 자각하라. 여전히 자각하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애도를 강요하지 마라. 침묵을 강요하는 강요된 추모를 우리는 거부한다. 우리는 우리의 추모를 하겠다. 우리의 추모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희생자 가족과 친구의 눈물을 닦아주며 안전한 사회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싸움이다. 녹색당은 경고한다. 시민들을 기만하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에 더해, 사후 대응이 진정한 책임자를 감추고 ‘꼬리 자르기’로 귀결된다면 시민들이 나서서 몸통을 밝혀 책임을 물을 것이다.


모든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다치신 분들의 빠른 쾌유와 모든 분의 치유와 회복을 기원합니다.

 

2022년 11월 2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