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성명]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가는 길,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녹색당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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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가는 길,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10월 29일의 참사로 모든 이가 슬픔과 분노에 잠겨 있던 11월 5일 오후 8시 20분,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구내에서 화물열차 관련 작업을 하던 코레일 소속 노동자가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공공기관인 코레일에서 올해에만 벌써 4번째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다. 3월 14일 대전, 7월 13일 서울 중랑역, 9월 30일 고양시 정발산역에서도 노동자가 연이어 목숨을 잃었다.

어제는 영등포역 인근에서 275명이 탄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했다. 34명의 승객이 부상을 입었고, 어제와 오늘 열차와 전철이 극심한 지연과 혼잡에 시달렸다. 1월에 KTX-산천 열차가 궤도를 이탈하여 승객 7명이 다치고 7월에 SRT 열차가 탈선하여 11명이 다치는 등 올해 들어서 벌써 3번째 탈선 사고다. 2020년 58건이던 철도 사고는 지난해 64건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9월까지 66건이 발생해 이미 지난해 전체 기간 사고수를 넘어섰다.

우리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각종 재해는 심각해지고,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며, 작업장과 산업 단지에서는 산재가 발발하고,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의 위험이 엄습하는 가운데, 도시의 거리와 공공교통체계 내에서도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위험사회에서 벗어나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첫째, 국가는 정권의 유지를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사람이 몰리는 이태원에는 정복 경찰관 58명만을 배치하고,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는 1천 1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했다가 9시쯤 모두 철수시킨 것은 단지 일선 경찰의 실수가 아니다. 경찰이라는 국가기관이 어떻게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정권의 안보’에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인 것이다. 그리고 예상 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비부터 상황이 발생한 뒤 시스템의 작동까지 구멍 투성이였음이 매일 밝혀지고 있다.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개편뿐 아니라, 국가의 역할까지 되짚어봐야만 한다.

둘째, 모든 행동의 기준을 생명과 안전에 두는 가치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GDP 수치의 증가, 주식 시가 총액과 배당액의 증가, 수출과 무역흑자의 증가, 기업의 이윤 증가 등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성장만을 부추기는 사회는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다. 경제성장이라는 기계는 지금까지 사람의 목숨을 갈아 넣어서 돌아갔다. 생명을 짓밟고서 돌아가는 이 기계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위기는 더 이상 이 기계가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국가의 자원을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올해 발생한 철도 사고의 근본 원인은 코레일의 비용 절감 시도이다. 선로 관리, 시설 불량 및 차량 노후, 안전수칙 미이행 등 모든 사고의 배후에는 ‘공공기관 혁신’을 명분으로 한 ‘경영합리화’ 기도가 있다. 현 정부는 차량 정비 민간 개방, 관제권 이관, 철도시설 유지·보수업무 개방 등의 형태로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공공 인프라에 민간 기업의 수익성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공성 확대는 삶을 번영시키는 열쇠인 동시에 노동자와 시민 모두의 안전을 강화하는 열쇠이다. 민영화는 즉시 중단되어야 하고, 공공투자는 더욱 늘어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무려 35번이나 말했다. 과연 누구의 자유이며,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그 자유가 시장 지배자의 자유, 착취와 불평등을 확대할 자유, 평범한 사람의 생명과 행복을 앗아갈 자유라면, 녹색당은 그 자유를 거부한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회에 자유는 없다. 안전사회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꽃 피우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녹색당은 모든 인간이 빈곤, 불안, 차별, 그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2년 11월 7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