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작업중지권은 생명권이다


[논평] 작업중지권은 생명권이다


오늘 법원은 작년 5월 경남 함안군의 한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굴착기와 담장 사이에 끼어 숨진 사건과 관련 공사의 원청을 맡았던 회사의 대표이사에 그 책임을 묻는 한편 굴착기를 운전한 노동자도 ‘공범’으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동료 노동자가 위험한 상황임에도 작업을 중지하고 공사 관계자에게 안전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의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작업 중 사고나 재해 등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급박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재량으로 판단을 내려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노동 현장의 위계적 권력 현실에서 그나마 현장에서 노동자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권리다. 


그러나 현실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와 함께 작업중지권은 관리자와 상의없이 작업을 거부하는 ‘부당한 태업’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철도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법에 규정된 안전조건 지키며 일하겠다는 것이 ‘준법투쟁’이 되고, 정부와 자본, 사법부는 이걸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자 ‘국민에 불편을 끼치는’ ‘태업’이라 비난하는 나라에서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다. 


현실은 이러할진대 사법부는 공사 중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동료 노동자인 굴착기 운전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법에 보장된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며 공범으로 몰아 실형을 선고했다. 녹색당은 노동 현장에서는 제대로 실행되지도 못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그대로 법적 판단의 근거로 사용된 이 판결이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아울러 녹색당은 묻는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을 위한 조치들을 이행할 것인가? 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경우 노동 당국과 사용자는 그 판단을 존중해줄 것인가? 일하러 나갔다가 하루에 2-3명씩 죽어나가는 한국의 암울한 현실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이번 판결은 아무 의미도 없다.


녹색당은 작업중지권이 노동자들이 생산 영역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권리 중 하나로 보장되어야 할뿐 아니라, 기후생태위기의 시대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로 보다 확장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적 안전이 위협에 처한다면 노동자들은 유해 물질을 사용하는 제조업체나 석탄발전소를 짓는 건설 현장에서도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녹색당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개인과 사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3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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