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는 기어이 핵발전소 지역을 핵폐기장으로 만들려는가?

정부는 기어이 핵발전소 지역을 핵폐기장으로 만들려는가?


지난 12월 7일 산업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관리계획안)을 행정예고했다. 12월21일까지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12월27일에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이 계획을 심의, 의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란 핵발전소에서 핵분열을 하고 남은 핵연료폐기물, 즉 고준위핵폐기물이다. 전세계적으로 안전한 처분 방안을 찾지 못한 최악의 방사성물질인 것이다. 

이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니 환영할 일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은 앞으로 고준위핵폐기물의 처분장을 만들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겠다는 것인데, 처분장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고준위핵폐기물을 핵발전소 부지 내에 저장할 수 있도록 ‘부지내 저장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1990년에 충남 안면도를 핵폐기장 부지로 정했다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실패한 이래 30년동안 고준위핵폐기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과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이 더 커진 상황, 규모 5.8의 역대급 지진을 겪은 상황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이 언제 이루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영영 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세계 최대의 핵발전 국가인 미국도 처분장이나 집중적인 관리시설이 없는 현실을 보라.  

 

이런 상황에서 처분장이 확보되기 전까지 핵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할 수 있도록 ‘부지 내 저장시설’을 건설한다는 것은, 핵폐기물 보관이 종료되는 시점을 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핵발전소 지역을 영구적인 핵폐기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 그리고 핵발전소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고, 이 때문에 산업부의 관리기본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핵발전소 인근 16개 기초단체로 구성된 ‘전국 원전 인근지역 도시동맹’은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에 포함되는 29개의 기초·광역단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대상으로 광역별 고준위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만들고, 이를 위한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더이상 핵발전소 인근 지역이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외침인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반대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산업부는 27일에 열리는 원자력진흥위원회에 관리계획안을 상정하여 의결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관리계획안이 2020년에 진행되었던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공론화는 여론조작 사실이 드러났던 가짜 공론화였고, 거기서 ‘부지 내 저장시설’은 논의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산업부의 주장은 허위다.  결국, 산업부의 행위는 핵발전소 지역을 사실상의 핵폐기장으로 만들어 핵폐기물 문제를 덮고, 핵발전을 계속 유지해나가려는 계략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행정예고 절차에 맞게 지역주민과 관련 지자체의 반대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을 원자력진흥위원회에 상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관리기본계획안을 즉각 철회하라!


녹색당은 핵폐기물 문제의 근본 해결방안은 조속한 탈핵임을 재확인한다. 녹색당은 조속한 탈핵 계획 수립을 전제로, 핵발전소의 혜택을 우선적으로 누려온 대기업과 수도권, 비핵발전소 지역 대도시들이 더 많은 책임을 진다는 환경정의의 원칙 하에 핵폐기물 보관과 처분을 위한 사회적합의를 즉각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녹색당은 탈핵을 염원하는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핵발전소 지역을 핵폐기장으로 만드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하게 맞서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1년 12월 24일 

녹색당 탈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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