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논평] 강을 강답게 흐르게 하라

대전녹색당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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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강답게 흐르게 하라


추석이 다가오는데 폭염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기와 땅이 끓는 동안 물도 뜨거워지고 녹조는 나날이 걸쭉해진다. 지난 8월 26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금강의 대청호, 세종보, 강경포구의 녹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낙동강에서 여름내 녹조가 창궐한 것처럼 금강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상류인 대청호의 문의취수원의 남세균 세포 수는 108만 셀/ml,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는 1,221ppb였고 하류인 강경포구의 남세균 세포 수는 296만 셀/ml,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1,634ppb였다. 수문을 닫지 않은 세종보 인근은 남세균 10만 셀/ml,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0.48ppb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놀랍지 않은 결과이다. 유속이 느린 물, 고여있는 물에서 녹조가 더 창궐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다.


하루 이틀 기온이 올라간다고 물의 온도가 단번에 올라가지 않는다. 4월부터 계속된 이상 고온으로 강물은 식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녹조를 마냥 내버려둔 것이 아니다. 녹조제거선으로 직접 녹조를 걷어내고 수차를 돌리고 취수구 인근에 수초섬을 설치하여 정수를 위해 애쓴다. 온갖 인간의 기술에도 불구하고 녹조는 나날이 더 심각해졌다. 이는 애초에 물을 가두었기 때문이다. 12년 전 4대강 사업 당시보다 온난화와 폭염은 더욱 악화하여 인간이 가둔 물을 태양이 데우고 인간이 버린 영양분을 토대로 녹조가 늘어난 것이다. 더워진 물속에서 다른 생명체들이 살 수 없다. 


금강 세종보 옆에서 세종보의 재가동을 막기 위해 4월 29일부터 130일 넘게 천막농성을 하는 동지들이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면담을 요청해도 돌아온 것은 무시와 고발이다. 9월 7일 천막농성장에 날아온 3차 계고장은 고발 혹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다. 정부는 강을 틀어막고 사람의 입도 틀어막았다. 강의 모든 생명과 함께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을 외면하고 친환경을 광고하는 환경부와 세종시의 뻔뻔함에 분노한다.


이 와중에 대전시는 시민의 요구라는 핑계를 슬쩍 내밀며 대청호의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다. 대청호는 450만 대전 세종 충청 주민들의 식수원인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이미 불법이 판치는 대청호 주변을 규제하기는커녕 어차피 폭염으로 녹조는 나올 테니 개발의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거대한 강이 수조가 되고 다시 무덤으로 급격히 변하는 현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 세종시에 요구한다. 세종보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강을 막지 마시라. 토목 위주의 물관리는 이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댐을 건설하는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강의 오염원을 막고 강을 재자연화하는 데에 써야한다. 활동가들을 고발하고 천막을 철거하는 데에 들어가는 행정력, 정치적 뚝심은 제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쓰시라. 


우리는 대전시에 요구한다. 개발을 위해 전체 대전 시민들을 생태, 안전을 내팽개치고 개발과 발전에 목메는 시민으로 호도하는것을 그만두시라. 그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은 시민이 아닌 것인가. 지금 이장우 대전시장이 해야하는 것은 대청호 규제 완화 시도가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녹조 창궐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다가올 일상적인 폭염과 가뭄은 단순히 물을 막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강이 거침없이 흐르는 그 날까지, 강을 사랑하는 벗들과 물살이들을 위해 불통과 불의의 정치에 저항할 것이다.


2024.09.12


대전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