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성명]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

강원녹색당
2024-06-13
조회수 1659

9f5beb65ff016.png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


국가정원 추진단 민주당에 부쳐
모두의 정원을 위하여


호반의 도시 춘천에 호수정원이 들어서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레고랜드의 바로 옆이다.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퇴적토로 생긴 중도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두 개로 나뉘어 상중도, 하중도로 불린다. 하중도에 레고랜드가 들어섰고, 상중도에 호수정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도에는 본래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약 20년 전 관광지 개발을 이유로 도에서 주민들을 이주시켰다. 그랬음에도 레고랜드 건설 전까지 개발은 진행되지 않았다. 과정에서 수많은 유물과 선사유적이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도는 큰 훼손 없이 보존되어 생태적 가치 또한 매우 우수한 지역이 되었다.

이러한 생태의 섬 위에 거대한 정원을 만들려는 계획은 민주당에서 시작됐다. 허영 국회의원은 20년 총선 당시 공약으로 ‘국가호수정원도시 추진’을 내걸었고, 이후 육동한 춘천시장은 22년 지선 공약 ‘유럽형 고품격 관광도시’를 호수정원과 연계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지난 24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허영 의원은 재차 ‘호수국가정원 완성’을 내걸며 주요 공약으로서 확고히 하였다.

왜 만드는가? 그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에서 토건사업을 할 때마다 반복되는 구호인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활성화 때문이다. 이와 같이 국가정원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 전국에 23곳이며, 정원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건 지역만 34곳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순천만국가정원을 모델로 하고 있다. 문제는 순천만국가정원은 결코 바람직한 생태 정원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강원녹색당은 춘천을 포함하여 각 지역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국가정원화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순천만국가정원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먼저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전라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만정원의 국가정원화는 새누리당 전 대표 이정현의 2014년 보궐선거 당시 공약이었다. 순천시는 이를 위해 지역 재정 규모에 맞지도 않는 박람회 사업을 벌여 농업 및 복지 예산을 삭감하였고,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의 산림청은 국가 예산을 순천시에 몰아주는 이상한 행태를 보였다. 그 결과 순천만정원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고, 이정현 전 대표는 지금까지도 이를 본인의 치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즉, 순천만국가정원은 극우 보수정당의 호남 진출을 위한 디딤돌이었던 셈이다. 이는 관계업자, 정치인, 지자체로 구성된 개발 연대 세력이 공익성을 빌미로 상호 이익을 챙기는 구태한 방식의 전형이다. 춘천의 허영 의원을 비롯한 지역의 정치인들이, 만약 진심으로 지역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이정현 전 대표를 본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설령 공약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지역에 해가 된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책임질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순천만국가정원을 모델로 삼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국가정원이 실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정원의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은 연 250억 원이다. 그중 국고보조금은 40억 원으로 20%가 채 되지 않는다. 동물원 운영에 50억 원이, 계절별로 꽃을 갈아치우는 데만 28억 원이 들어간다. 그에 비해 입장료 수익은 관리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역경제의 ‘세금 먹는 하마’로 작용하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어떻게든 성공한 사업으로 보이기 위해 지출을 숨긴 채 수입에만 여러 가지를 덧대어 발표하는 어용 언론들은 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활성화를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외래 자본의 유입 없이도 지역은 자립, 말 그대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통화 구조를 살펴 자본이 어느 한 곳에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배를 강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지역경제 근간의 구조가 건강하지 않으면 관광이 활성화된다 한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소화도 되지 않는 몸에 밥만 꾸역꾸역 밀어 넣는 꼴이다. 지금 이 지역에 필요한 것이 정말 관광 활성화인지 우리는 되짚을 필요가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정원 조경 행위는 인간과 자연의 일상적 접점이자 상호 교류의 장으로서 그 자체는 비판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행위의 주체가 사업자, 지자체, 정부가 되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자연과의 교류 방식이 왜곡되는 것에 있다. 이는 정원이 관광지가 되면서부터, 가능한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곳에 본래 서식하던 풀과 나무, 꽃과 벌, 나비와 개구리를, 그들의 총체적 관계망인 생태계를 배제하고, 가상의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종, 그중에서도 식물만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순천만국가정원에 무려 56종의 장미가 그득한 이유다. 또한 춘천 호수정원 조성과 동시에 정원소재실용화센터가 건설되어 품종 개량에 힘쓰게 될 이유다.

배제되는 생태계는 배제되는 우리들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의 옛 삶을 표상하는 유물과 유적들 위로 외래 유원지가 들어서는 일과, 옛 생물들의 터전을 밀어버리고 새로이 변형된 꽃들이 배열되는 일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개발 때문에 중도를 떠나게 된 사람들과, 정원 조성을 위해 보금자리를 곧 잃게 될 생물들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생태계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생태적이지 않다. 스스로 그러한 것들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자연적이지 않다. 정원의 생태적 조성, 이 말이 그린워싱이 되지 않으려면 돈이 아닌 관계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정원소재실용화센터 건립을 철회하여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지역생태연구소로 전환하여 지역 생태계의 연구와 보존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정원 조성의 추진에 앞서 역사 유물, 유적의 발굴과 보전을 우선해야 한다. 정원을 조성한다면 본래 그 땅에 살던 생물들을 그대로 두어 물과 전기를 정원의 인공적 조성에 과도하게 소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개발 과정에서 제 자리를 잃은 생명들에게 다시금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본래 나타날 일이 없는 종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종을 이 땅에 선보일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했던 친구들,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과 마주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안내판에 생전 처음 보는 생물에 관한 지식을 나열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친구들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여백을 남겨야 한다. 외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춘천시민들이 잘 활용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환경파괴형 행사를 개최하며 매년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원의 구상 단계부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나가야 한다. 국가정원으로의 전환을 앞둔 과도기적 정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공공공간으로서의 정원을 함께 그려야 한다. 어딜 가나 똑같은 정원을 춘천에도 하나 만들 것이 아니라 춘천이기에 볼 수 있는 생물들과 춘천시민들이 직접 만든 정원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고유의 지역성을 살려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 춘천시와 민주당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을 위한, 민주당 지자체에 의한, 국가의 정원이어서는 안 된다.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춘천시민에 의한, 모두의 정원이어야 한다. 지역경제든 관광이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숫자를 넘어선 가치, 곧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주변의 이웃과 생명을 다시금 들여다볼 시간과 공간, 그렇게 지역에서 오랜 시간 뿌리내린 우리들 고유한 삶의 모습이다. 강원녹색당은 이 땅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 잃어버린 우리의 색깔을 찾을 수 있도록 지역과 더 깊이 꿋꿋하게 이어나갈 것이다.


2024년 6월 13일

강원녹색당



녹색당 후원하기